◎ About, III급 부정교합
III급 부정교합은 아래 치열이 위 치열에 비해 정상위치보다 앞으로 돌출된 것을 말한다. 단순히 치열만의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아래턱뼈가 위 턱뼈 보다 앞으로 돌출된 골격적 부조화에 의해 속칭 ‘주걱턱’으로 불리는 얼굴 형태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백인에게는 3~5% 정도로 나타나는데 비해 아시아인의 2.3~16.7% 정도가 III급 부정교합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교정치료를 받기 위해 치과를 찾은 환자 중 38.1~48.3%가 III급 부정교합이었다는 연구도 있을 정도로 환자들이 심각하게 여기는 부정교합 중 하나이다.
◎ About, III급 부정교합의 증상과 원인
많은 III급 부정교합 환자들은 치열의 문제와 턱뼈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골격성 III급 부정교합은 위턱의 저성장, 아래턱의 과성장 또는 이 둘 모두에 의한 결과일 수 있다. III급 부정교합 환자들은 아래 어금니가 정상보다 앞으로 물리며, 위아래 앞니가 서로 맞닿거나 거꾸로 물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위 앞니는 앞으로 뻐드러져 있고 아래 앞니는 안쪽으로 쓰러져 있기도 하다. 앞니가 거꾸로 물리는 반대교합으로 인해 앞니가 비정상적으로 마모될 수 있고, 아래 앞니가 뒤로 쓰러짐에 따라 해당 부위 잇몸이 다소 내려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III급 부정교합의 발생은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되나 비정상적 습관, 만성 구호흡(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을 쉼), 내분비 장애, 자세, 외상 등 환경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안정섭 교수는 “’III급 부정교합’에서 유전적 영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어서 부모가 III급 부정교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자녀에게도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며 “III급 부정교합을 발견하기 어려운 가계에서 환자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About, III급 부정교합의 자가진단
많은 경우 유치가 나온 시기부터 III급 부정교합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증상은 어금니로 물었을 때의 앞니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위아래 앞니가 서로 맞닿거나 아랫니가 윗니보다 나와 있다면 III급 부정교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어린이는 위턱에 비해 아래턱이 더 발달돼 골격적 부조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를 다물 때 앞니끼리 먼저 닿으면서 간섭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아래턱을 내밀어 물게 되는 ‘가성 III급 부정교합’의 경우 골격적으로는 정상일 수 있다. 가성 III급 부정교합은 앞니가 비정상적인 경사도를 갖는 등 치열의 문제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옆 얼굴의 형태를 통해 위·아래 턱의 전후방적 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성인의 얼굴을 ‘동안(童顔)’이라 부르는데, 이 동안의 주요한 조건 중 하나는 아래턱이 작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아래턱이 덜 발달된 것이 정상이다.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서 있는 상태에서 옆 얼굴 사진을 촬영하여 콧등에서 윗입술 깊은 곳까지 첫번째 선을 그리고, 그 지점에서 턱끝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선을 그려 두 선이 이루는 각도를 통해 위아래 턱의 골격적 관계를 평가할 수 있다. 어린이의 직선형 또는 오목형 옆 얼굴은 위턱에 비해 아래턱이 돌출된 골격성 III급 부정교합을 의미할 수 있다.
◎ About, III급 부정교합의 조기교정치료
III급 부정교합은 치료의 안정성과 치료 효과를 고려해 볼 때 발견 후 바로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조기 교정치료를 통해 교합기능을 개선하고 바람직한 치아와 턱·얼굴의 발달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보다 만족스러운 얼굴의 형태를 만들어 주면 어린이의 심리 사회적 발달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골격적 부조화가 경미한 III급 부정교합의 경우 환자 스스로 탈착이 가능한 가철식 교정장치를 입 안에 사용해 효과적으로 교정이 가능하다. 환자가 장치 사용을 어려워할 경우 ‘브라켓’이라고 불리는 고정식 교정장치를 치아에 부분적으로 부착하여 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턱과 아래턱의 골격적 부조화가 뚜렷한 경우, 즉 위턱의 저성장이나 아래턱의 과성장이 심한 경우에는 성장을 이용한 턱교정치료(악정형치료, orthopedic treatment)가 필요하다. 위턱의 저성장에는 ‘상악전방견인장치(facemask)’, 아래턱의 과성장에는 ‘이모장치(chincup)’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턱교정치료는 성장 잠재력이 높을수록 효과가 좋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조기교정치료는 영구치열이 완성되기 전에 시행되며 반대교합의 원인만을 부분적으로 제거하거나, 위턱과 아래턱 관계를 조화롭게 만들어 줄 뿐 전체적인 치열을 교정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추후 치아의 가지런한 배열과 좋은 교합을 위해서는 치열교정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 About, III급 부정교합 조기치료의 예후
III급 부정교합의 조기치료는 많은 경우 단기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으나, 장기적 예후를 확실히 보장하기는 어렵다. 조기치료에도 불구하고 추후 III급 부정교합이 재발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대부분 성장기, 특히 사춘기에 아래턱이 위턱보다 더 성장하여 위아래 턱의 골격적 부조화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턱의 골격적 부조화가 심한 경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마무리된 시기에 교정치료와 턱교정수술(악교정수술, orthognathic surgery)을 시행하는 수술 교정치료가 필요하다.
교정진단검사 시 장기적 예후를 고려하여 조기치료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만, 안면성장의 다양성과 변이성으로 인해 개개인의 성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예후를 항상 장담하기는 어렵다. 위턱 저성장에 널리 사용되는 페이스마스크의 경우 1/4 정도의 환자에서 아래턱 과성장으로 인해 수술 교정치료를 필요로 할 정도의 재발이 일어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아래턱의 과성장에 사용되는 이모장치의 경우 예후가 더욱 불분명하다.
성장에 의해 심한 골격적 부조화가 야기된 경우 통상적인 치열교정만으로는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하므로, III급 부정교합 환자의 조기치료 시행 후 치열교정치료 진행 여부는 조심스럽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인 관리 및 평가를 통해 성장 양상을 관찰하고 사춘기 성장 급증기가 끝날 시점에 치열교정을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안정섭 교수는 “III급 부정교합의 조기치료는 차후의 치열교정치료를 단순화시키고, 경도 및 중등도 골격성 III급 부정교합 환자의 경우 수술 교정치료의 필요성을 없앨 수 있다”며 “조기치료 후 불리한 성장 양상으로 인해 결국 수술이 필요하게 된 경우라 하더라도 상악골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화시켜 수술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 서울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안정섭 교수)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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