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고지방·고칼로리 음식 섭취는 대장 내 압력 상승 초래... 85% 정도가 무증상, 식습관 개선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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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쌀을 기반으로 곡류나 제철 채소류, 해조류, 어패류, 육류 등을 이용한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식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로 진입하면서 육류나 밀가루, 버터 등 지방이 함유된 식품 위주의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의 서구식 식생활로 변했다. 이러한 식생활 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질환이 ‘게실’ 질환이다.

게실이란 위, 소장, 대장, 방광 등 내부에 공간이 존재하는 장의 약해진 벽 부분을 통해 외부로 돌출한 풍선 같은 작은 주머니를 의미한다. 게실이 여러 개 발생한 경우 게실증이라고 하며 염증이 생긴 경우를 게실염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게실염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4591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5만9457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성별로는 2019년 기준 여성 환자가 61.6%로 남성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 20%, 40대 18.6% 순이었지만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고르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지는 게실은 진성게실과 가성게실로 분류한다. 진성게실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선천적으로 약한 부위가 장 안의 압력 증가로 장벽이 밖으로 밀려 나온 경우다.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 전층이 돌출되며 흔히 우측 대장에 1개가 생기고 동양인에게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가성게실은 식생활, 변비, 장운동 이상 등 여러 복합적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좌측 대장에서 점막층과 점막하층만 돌출되며 여러 개가 발생한다. 과거 서양인에게 흔히 나타났으나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동양인에게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게실증은 85% 정도가 무증상이다. 우연히 발견되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치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실에 변이나 오염물질 등이 들어가 염증이 생긴 게실염이 발생하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게실염이 발생하면 ▲급성 복통 ▲복부 압통 ▲오심 ▲발열 ▲오한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 검진 등으로 게실증이 있음을 알고 있다면 증상을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슷한 증상의 질환이 다양하기 때문에 염증 반응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 염증 부위 확인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대변 잠혈검사, 대장내시경 등 의료진 판단 하에 여러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게실염은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충수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충수염은 명치 부분이 체한 것처럼 거북한 느낌이 먼저 찾아오고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지속되다가 오른쪽 하복부 통증으로 이어진다. 반면 게실염은 전조 증상 없이 통증이 발생한다.

게실염은 경증인 경우 휴식이나 구강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항생제 치료만으로 대부분의 환자는 호전된다. 중증 게실염이라면 입원을 통해 금식과 항생제 등을 정맥에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내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염증이 심해져 구멍이 발생하는 경우는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호전이 없거나 재발이 잦다면 원인을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신속한 치료가 없을 경우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김주훈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서구화된 식생활로 섬유질 섭취가 줄어들면서 변비가 발생하고 딱딱한 대변을 배출하기 위해 대장 내 압력이 높아지면 게실증이 유발되기 쉽다”라며 “게실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단백, 고지방, 고칼로리의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더불어 하루 15∼20g 정도의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게실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고섬유질의 과일과 채소, 곡물 등을 충분히 섭취해주어야 한다. 또한 변비 예방을 위해서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정상 체중을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게실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과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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