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치료에 반응 낮고 예후 나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에 유일한 치료 옵션... 모든 수치에서 개선

(왼쪽부터)국립암센터혈액종양내과차용준교수,삼성서울병원혈액종양내과김승태교수,한국오노약품공업이충훈이사
(왼쪽부터)국립암센터혈액종양내과차용준교수,삼성서울병원혈액종양내과김승태교수,한국오노약품공업이충훈이사
# 67세의 여성 A씨는 몇 년 전 직결장암(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진단 시 이미 암세포가 복막 여기저기에 전이되어 있었고, 복수도 차올랐다. 4년간 항암치료를 진행해 오던 중 지난해부터 항암제가 듣지 않아 증상이 심각하게 악화됐다. NGS검사(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검사) 결과 예후가 극히 나쁜 ‘BRAF V600E 변이 직결장암’이었다. 다행히 그해 기적같이 해당 돌연변이 암의 표적치료제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가 국내 허가되어 사용했다. 첫 치료 당일 복통과 배변이상이 개선될 정도로 효과적이었으나 비싼 신약값이 부담되어 치료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 그녀는 담당 의사에게서 치료를 재개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비라토비가 건강보험 급여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번 주부터 치료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 유일의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표적치료제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와 세툽시맙의 병용요법이 올해 1일부터 건강보험급여를 받게 된다.

한국오노약품공업은 11일 롯데호텔에서 비라토비(성분명 엔코라페닙)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은 국내 전체 대장암 환자 중 4.7%에 불과한 소수 암이지만, 일반 암에 비해 종양의 크기가 크고, 복막전이가 잘 되며. 항암제의 순응도 역시 낮아 예후가 무척 나쁘다. 이들의 전체 생존기간(OS)은 11.4개월로 다른 대장암 환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질병의 진행 역시 2배 이상 빠르다. 하지만 기존치료에 반응이 낮아 대안이 절실했던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여 적용이 치료가 어려웠던 변이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 치료 옵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NGS 검사(차세대 염기서열분석 검사)와 시너지를 낸다면 개인맞춤 암 치료 시대를 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내보였다.

비라토비는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2차 치료에서 세툽시맙의 병행요법으로 급여 적용을 인정받았다. 급여 근거가 되는 임상시험은 ‘BEACON CRC’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3상 임상연구다. 한국을 포함한 27개국 429개 기관이 665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이에 따르면 ‘비라토비+세툭시맙’ 치료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9.3개월로 기존치료법을 사용한 대조군 5.9개월에 비해 3.4개월 늘어났으며, 사망위험은 39% 감소했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줄어드는 등 객관적반응률(ORR)은 19.5%로 대조군 1.8%의 10배 더 높았으며, 무진행 생존기간(PFS) 역시 1.5개월에서 4.3개월로 약 3배 연장됐다.

‘BEACONCRC’'임상시험에서'비라토비+세툭시맙’치료군의사망위험이39%감소했다.
‘BEACONCRC’'임상시험에서'비라토비+세툭시맙’치료군의사망위험이39%감소했다.
임싱사험 결과를 소개한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차용준 교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절반가량이 우측 직결장암이나 간 전이, 세 곳 이상의 장기로 전이가 확인된 치료가 어려운 환자군이었음에도 주요 평가변수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며 “2차 치료가 3차 치료보다 더욱 우수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후 질병이 진행되더라도 환자군의 60% 이상이 후속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빠른 적용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비라토비+세툭시맙’ 병용요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미국ㅇ과 유럽에서는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 모두에게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차 치료 후 재발하는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RAS 변이 검사와 함께 BRAF 변이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혈액종양내과김승태교수
삼성서울병원혈액종양내과김승태교수
문제는 유전자 변이 건사인 NGS 검사의 환자부담금이 크게 올랐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는 “국내 NGS 검사 환자 부담금은 50%로, 변이 암 의심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장암 환자의 NGS 검사 환자부담금이 80%로 늘어 이를 포기하는 환자도 나타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비라토비 등 난치성 변이 암 표적치료제의 개발과 NGS 검사의 시너지로 개인별 맞춤 암치료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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