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은 크게 허벅지뼈인 대퇴골과 엉덩이뼈인 골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퇴골의 머리 부분인 대퇴골두에는 많은 혈관이 있는데 이 혈관을 통해 혈액과 산소, 영양소를 공급해 뼈를 튼튼하게 유지시켜 준다. 대퇴골두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대퇴골두가 손상되고 괴사가 진행되는데 이를 대퇴골두무혈성괴사 또는 대퇴골두허혈성괴사라고 한다. 손상된 대퇴골두는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변하며 통증으로 인해 반려견, 반려묘는 다리를 만지려고 할 때 예민하게 반응한다.
고관절이형성증은 대퇴골과 골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고관절이 변형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고관절이 기형적으로 형성, 발달되며 주로 셰퍼드, 리트리버, 로트와일러와 같은 대형견에게 나타난다.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한 발병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하거나 교통사고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관절에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질 때, 관절 연골 과부화로 인한 미세 골절, 퇴행성 관절 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두 가지 질환 모두 진행 정도에 따라 내과적인 치료를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외과적인 수술 치료를 진행한다. 특히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방치할수록 다리 사용 빈도가 적어지기 때문에 다리 근육이 가늘어지고 약해져 수술 후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수술해 줄 것을 권한다.
고관절 질환으로 인해 가장 많이 진행하는 수술은 대퇴골두제거수술 (FHNO, Femoral Head and Neck Osteotomy)이다. 대퇴골두절골술이라고 불리며, 골두를 반듯하게 절단해 주는 수술이다. 대퇴골두를 제거하면 제대로 보행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술 후 시간이 지나면 대퇴골두가 제거된 빈 공간에 섬유 조직이 채워지면서 가관절을 형성해 관절 기능이 80%~90% 정도까지 회복된다. 다만 20kg 이상의 대형견의 경우, 근육 위축이 일어날 수 있어 인공관절치환술(THR, Total Hip Replacement)를 진행한다. 인공관절치환술은 엉덩이뼈와 허벅지뼈의 일부를 인공 고관절로 치환해 두 인공 고관절을 연결해 주는 수술 방법이다.
수술 후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반려동물이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무리한 산책이나 놀이는 제한해야 한다. 재활 운동을 통해 빠진 다리 근육량을 채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한 체중 관리와 다리 마사지를 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관절 수술은 다른 정형외과 수술에 비해 회복 기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따라서 보호자는 동물병원을 선택할 때 24시간 케어 시스템을 갖춘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반려동물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고관절 질환은 노령견 노령묘보다 어린 강아지, 고양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한쪽 뒷다리만 들고 걷는 모습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 ▲토끼처럼 깡총깡총 걷는 모습 등과 같은 증상이 보이면 이미 통증을 느끼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대한 빨리 동물병원에 내원하기를 바란다.
(글 : 24시독스동물병원 백승규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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