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수술은 성호르몬과 세균 감염으로 인한 질병 예방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강아지·고양이에게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은 다양하다.
수컷의 경우,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환은 세균 감염에 의한 방광염과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과 같은 전립선 질환이다. 전립선염은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세균성 전립선염이며 만성 전립선염과 급성 전립성염으로 나뉜다. 전립선염은 배뇨곤란,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이며 급성 전립선염을 빠르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전립선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말 그대로 전립선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질환이다. 보통 성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인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염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요도폐색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전립선암 등 2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항문선종, 고환종양 등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아 수컷에게 나타나는 질병은 다양하다.
암컷도 예외는 아니다. 암컷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질환은 유선종양과 자궁축농증이다. 유선종양은 복부나 유선 주위에 생기는 종양이다. 눈으로 증상이 보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 쉽다. 하지만 유선종양을 방치할 경우, 종양의 크기가 커지면서 피나 고름이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복부 근처에 작은 크기의 종양이라도 생겼으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 진단받는 것이 좋다.
자궁축농증은 자궁이 세균에 감염되면서 피고름이 차는 질병이다. 암컷은 평균적으로 6개월 한 번 발정기가 거듭된다. 발정기가 되면 자궁은 세균에 취약한 환경이 된다. 자궁축농증의 원인균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것은 대변을 통해 감염되는 대장균(E.coil)이다. 또 자궁축농증이 생기면 생식이 주변을 핥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치석, 치태 등에 존재하는 구강 내 세균이 자궁으로 감염되면서 자궁축농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궁축농증은 농이 외음부로 흘러나오는“개방형”과 고름이 자궁 내에서만 차오르는 “폐쇄형”으로 나뉜다. 특히 폐쇄형 자궁축농증은 피고름이 몸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질병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따라서 반려동물이 발정 후 2~3개월 이내 생식기에서 피고름을 보이거나 식욕저하, 음수량 증가, 다뇨,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보인다면 자궁축농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궁축농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패혈증이나 복막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따라서 자궁축농증이 의심되면 빠르게 동물병원에 내원하기를 바란다. 자궁축농증 역시 동물병원에 내원하면 중성화 수술과 똑같이 자궁과 난소를 제거한다. 단, 자궁 내에 고름이 차 있어 수술 난이도가 조금 더 상승하고 훨씬 위험하다. 자궁축농증 뿐만 아니라 자궁수종, 난소종양 등도 마찬가지다. 모두 중성화 수술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중성화 수술 시기는 반려동물에 대해 잘 아는 담당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필자는 보호자들에게 예방접종을 모두 마치고 수컷은 5~6개월령 암컷은 8개월 전후를 권한다. 중성화 수술은 질병 외에 마운팅, 스프레이, 마킹 등과 같은 행동학적 문제 문제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 특히 암컷 고양이의 경우, 발정이 오면 고통으로 인해 괴로워 아기 울음과 같은 소리를 내는데 이는 보호자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실제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아이들 중 암컷과 수컷을 가리지 않고 중성화 수술을 한 반려동물의 공격성이 더 낮다.
동물보호단체에서도 보호 동물이 입양을 가면 필수로 진행해야 하는 항목에 중성화수술이 포함되어 있다. 출산으로 인한 개체 수 증가 방지, 번식업자에게 재입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나 행동학적 문제로 파양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도 있다. 반려동물의 생식 기관을 없앤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보호자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보다 7년 정도 더 빨리 흘러가는 반려동물의 삶을 건강하게 지켜 주기 위해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 반드시 고려해 보기를 바란다.
(글 : 애니케어동물병원 윤태현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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