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ON동물병원전웅섭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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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치아 건강 관리만 잘해 줘도 수명이 20~30%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만큼 구강 건강은 강아지, 고양이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뜻한다. 반려동물 구강관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치석 관리이다.

치석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기는 것일까? 음식물을 섭취하면 치아 사이에 끼인 찌꺼기로 인해 치아 표면에 플라그(치태)라는 세균막이 형성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치태는 침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과 만나 딱딱하게 굳으면서 치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끈적하고 입안에 오래 남는 습식 사료나 캔 간식 등을 자주 섭취하는 아이들이 건식 사료를 먹는 아이들보다 치석이 형성되기 쉽다. 특히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치아를 보호하는 범랑질이 약하고 치아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치석이 더 잘 쌓인다.

딱딱한 치석을 제거하지 않고 방치하면 맞닿은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치은염과 치조골, 치주 인대까지 염증이 번지는 치주염을 일으킨다. 이 염증이 눈, 코와 가까운 치아 뿌리에 영향을 미치면 눈과 코, 피부로 증상이 나타나는 치근단농양이 발병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구강에 있는 세균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생기는 심장 질환,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무서운 구강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방법은 꾸준한 양치질이다. 양치 훈련은 되도록 생후 6개월 전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그 이후에 훈련을 할 경우 칫솔이 치아나 잇몸에 닿는 느낌이 낯설어 반항하거나 보호자를 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예 양치 훈련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어릴 때보다 양치질에 적응하기까지 조금 오래 걸릴 뿐 보호자와 반려견, 반려묘가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면 칫솔, 치약에 익숙해질 것이다. 양치는 하루 한 번 정도가 가장 좋으며 반드시 반려동물 전용 치약, 칫솔을 사용해야 한다. 양치질 외에 치석 제거에 도움이 되는 간식 등을 적정량 섭취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 될 수 있다.
칫솔이 닿지 않는 곳에 쌓인 치석은 스케일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스케일링이란, 스케일러를 통해 치아와 잇몸 주변에 쌓인 치석을 제거하는 치과 치료이다. 필요에 따라 심하게 손상되거나 세균에 감염돼 썩거나 흔들리는 치아가 있을 경우 발치를 진행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다르게 스케일링 시 가만히 누워 있는 게 불가해 전신 마취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스케일링 전 반려동물의 컨디션을 충분히 파악하기 위한 혈액검사, 방사선촬영 등을 진행한다.

만약 반려동물이 노령견, 노령묘라면 기본적인 검사 외 추가 건강검진을 실시해 몸에 다른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치석을 모두 제거하면 치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주는 폴리싱과 표면에 이물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해 주는 불소도포를 진행한다. 스케일링 주기는 반려동물의 치아나 잇몸 건강 상태, 나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것을 권한다.

종종 마취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가정에서 스케일러 제품을 사용하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는 오히려 잇몸에 상처를 내 더 큰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가와 전문 장치가 갖춰진 동물병원에서 스케일링을 진행할 것을 당부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잇몸과 구강 내 염증이 생기면 고통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평소에 할 수 있는 치아 관리를 꾸준히 하고 앞으로 함께 할 반려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글 : 따뜻한ON동물병원 전웅섭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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