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치과 질환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만성 구내염(LPGS, Lymphocytic Plasmacyticc Gingivitis Stomatitis)이다. 고양이 구내염은 구강 점막, 잇몸, 혀 등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 체계의 이상 반응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치과 질환은 치아흡수성병변 (FORL, Feline Odontoclastic Resorptive Lesion)이다. 치아흡수병변은 치아의 구조가 점차 파괴되는 진행성 질병이다. 구내염처럼 치아흡수성병변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원인은 젖니의 뿌리를 흡수해 영구치의 성장을 돕는 상아질 파괴 세포인 ‘파치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치아 흡수성 병변은 이름 그대로 치아가 점점 녹아 턱뼈로 흡수되는 질병으로 진행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1~2단계 때에는 치아의 바깥 부분만 손상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정도가 심해질수록 점점 치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며 잇몸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잇몸으로 덮여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두 가지 질환 모두 구강 내 생긴 염증으로 인해 입냄새가 심해지며 잇몸이 붓고 피나는 모습을 보인다. 또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침을 많이 흘려 입 주변이 흥건하며 음식을 먹으려 하지 않아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증상이 반려묘에게 보인다면 반드시 치과 질환을 의심해 보고 동물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동물병원에 내원하면 기본적인 신체 검진과 구강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가장 필수 검사 항목은 치과 엑스레이 촬영이다. 치과 엑스레이를 통해 치아 병변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치아 뿌리의 문제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경과를 관찰하며 내과적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증과 염증이 심한 경우 근본적 원인인 치아를 모두 발치하는 전발치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손상된 치아가 사라지기 때문에 통증은 완화될 것이며 염증의 주 원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구강 건강 또한 개선된다. 보호자들은 전발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할 경우, 음식 섭취 등에 대한 걱정을 가장 많이 한다. 통증과 염증이 사라지면 고양이의 식욕과 활동 수준은 회복된다. 또 발치 후에도 부드러운 사료나 캔 사료를 섭취할 수 있으며 적응 후에는 다시 건식 사료를 먹을 수 있다. 종종 금액이나 수술 후 걱정 등으로 인해 전발치를 포기하는 보호자도 있는데, 고양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선택이 맞는지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고양이 치과 질환 예방할 수는 없을까? 완전한 예방법은 없지만 ▲접종을 통한 전염병 관리 ▲스트레스 최소화 ▲균형 잡힌 식단과 적당한 운동 등을 권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강 위생 관리이다. 이는 반려묘 뿐만 아니라 반려견에게도 해당된다. 하루에 한 번 양치질을 통해 치아 표면의 플라크와 치석 형성을 줄여야 한다. 치석 제거 관련 용품이나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은 구강 건강 관리법이 될 수 있다. 또 정기적인 구강 검진을 통해 잇몸이나 치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고 조기에 미리 치료하기를 바란다.
(글 : 아이엠동물병원 박준서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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