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늘고 눈에서 먼 혈관은 경화요법… 굵고 눈에서 가까운 혈관은 미세결찰술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
안면 부위에 생긴 붉거나 검푸른 반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피부색소 침착 질환으로 여기지만 정맥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적잖아 감별 진단과 함께 그에 걸맞은 치료전략이 요구된다. 눈밑, 이마, 볼, 목 등에 남의 눈에 잘 띄는 안면 부위에 생긴 붉거나 검푸른 반점은 대부분 정맥(또는 모세혈관) 관련 혈관염, 혈관종, 혈관확장증 가운데 하나여서 혼동하기 쉽다.

혈관염은 혈관의 염증으로 혈액 속에 있어야 할 적혈구가 혈관 밖 조직으로 스며나와 피부에 반점이나 얼룩이 생기는 질환이다. 반점의 색깔은 붉거나 보라색을 띤다. 그 중 가장 흔한 유형이 자반증(紫斑症, purpura)이다.

혈관종은 비정상적인 혈관이 뭉쳐있는 것으로 대부분 양성종양이다. 나이 들어 많이 생기는 체리혈관종(Cherry hemangioma, 또는 버찌혈관종)은 붉은 자주빛의 작은 구진(丘疹)이 다양한 크기로 넓게 퍼져 있는 게 특징이다. 소정맥의 과도한 성장으로 발생하며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

눈밑, 이마, 코옆, 볼, 목, 관자놀이 등에 생기는 푸른 반점은 모세혈관확장증의 일종이다.

눈밑 다크서클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노화로 눈밑에 축적된 지방이 과도한 경우와 눈 주위 모세혈관에 미세한 정맥류가 나타나는 유형이 있다. 혈액의 신진대사(물질 교환)가 대부분 이뤄지는 모세혈관은 흔히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가는 혈관으로 알고 있지만 세정맥 또는 세동맥보다 가는 혈관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모세혈관 확장에 의한 혈관성 다크서클은 혈관을 미세하게 구간을 나눠 묶어버리는 미세성형수술이나 혈관경화제를 주사하는 혈관경화요법으로 치료한다. 눈의 시신경에 가까운 곳은 전자를, 상대적으로 먼 부위에는 후자를 시행한다.

혈관성 다크서클은 대부분 정맥에서 생기는데, 눈 동맥혈관과 가까운 곳에 필러나 혈관경화제를 주입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동맥인지 정맥인지를 가리기 위해 도플러검사를 시행해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 눈밑지방에 의한 다크서클은 눈밑지방 제거 및 재배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데 혈관성 다크서클과는 치료 원리나 방법이 다르다. 필자가 주로 치료하는 얼굴 부위의 혈관확장증은 혈관의 굵기에 따라 안면홍조, 모세혈관확장증, 망상정맥, 돌출정맥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안면홍조(주사비, 주사질환)는 아주 가는 모세혈관이 확장된 것이다.

혈관성 다크서클을 포함하는 모세혈관확장증(Spider veins)은 관자놀이, 코옆, 이마 등에 나타난 푸른 핏줄 등을 아우른다. 모세혈관확장증은 대개 지름 1~2mm의 가느다란 실핏줄이 거미줄 모양처럼 두드러져 있다. 노화, 임신, 유전(가족성), 자외선, 간기능 저하 등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이마의 혈관이 5mm이상 튀어나오면 머리를 숙이거나 술 마신 다음날에 붉거나 파랗게 노출돼 불편해하기 십상이다. 이럴 경우에는 소절개를 통해 혈관을 대나무 마디처럼 여러 곳으로 나눠 묶어준다.

관자놀이에 혈관이 튀어나와 화난 인상을 띄는 것도 이같은 소절개 혈관결찰술로 치료한다. 관자놀이 혈관 돌출의 약 70%는 정맥, 나머지 30%는 동맥이 원인이어서 도플러검사로 원인을 판별해야 한다.

볼에 푸른 혈관이 비쳐 진하게 화장을 해야만 커버되거나, 목에 거미줄 모양의 실핏줄이 드러나거나, 유방에 푸른 힘줄 같은 정맥이 보여 가슴파인 옷을 입기 곤란한 것도 정맥혈관 때문이다. 이처럼 볼, 목, 유방에 생긴 푸른 힘줄 모양의 정맥은 모두 혈관경화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종합하면 눈이나 이마, 관자놀이처럼 눈과 뇌에 가까운 곳의 혈관은 미세수술로 혈관을 묶는 결찰술로 치료한다, 반면 볼, 목, 유방처럼 눈과 뇌에서 먼 곳은 혈관경화요법이 편리하다.

이같은 혈관경화요법 또는 소절개 혈관결찰술 시행 후 24시간 동안 테이프로 고정해 혈관을 압박하면 수술 효과가 나아지고 혈전이 덜 생기게 된다.

혈관경화술이나 혈관결찰술의 원리는 결국 혈관을 서서히 위축시켜 소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혈관경화술은 흉터가 남지 않고 2mm 이하의 혈관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결찰술은 5mm 이상의 두껍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에 적합하다. 다만 미세수술로 이뤄지므로 경험 많은 의사에게 받아야 수술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모세혈관확장증보다 굵은 지름 2~3mm의 구불구불한 푸른색 핏줄이 보이는 게 ‘망상정맥’(Reticular veins)이다. 망상정맥보다 더 굵은 혈관이 튀어나오면 ‘돌출정맥’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혈관확장증은 문제의 혈관이 입체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외과적 요소가 가미된 중재적 시술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간혹 레이저 시술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레이저는 직진성을 띠기 때문에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으로 놓인 혈관(깊은 곳에 위치한 혈관)이나, 손등정맥(대부분 망상정맥)처럼 돌출 혈관이 굵은 경우에 무용하다. 그래서 효과가 미치지 못한 부위에서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 에너지가 강한ㄹ ㅔ이저는 인접 정상혈관을 다치게 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얼굴에 생긴 푸른 반점(대부분 정맥성 모세혈관확장증)은 당사자에게 여간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다. 이 때 시술이 필요한 사람은 수평적, 수직적으로 놓인 문제의 혈관을 커버할 수 있는 3가지 복합적 중재시술(혈관결찰술, 혈관경화요법, 레이저요법)이 적합하다. 따라서 혈관시술에 조예가 깊은, 경험 많은 의사를 찾아 진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글 : 연세에스의원 심영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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