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에 특별한 증상 거의 없어, 발병 간과하기 쉬워
- 40~60대에 빈발…수년 내 간경변증으로 진행 우려
- 조기 발견 통해 적절히 치료 관리하면 병세 호전돼
중년 여성 A(45세) 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평소 음주를 거의 하지 않고, 간에 무리를 주는 생활습관도 없는데 ‘왜 그런지’ 당황스러웠다. 자가 증상도 없었다. 담당의사는 관찰하자고 했으나 간염 수치(AST, ALT)가 계속 올랐고 수개월 후 혈소판 수치(정상 14만~40만)도 떨어지기 시작해 약 9만 개 정도가 되었다. A 씨는 담당의사의 전원 의뢰로 종합병원에 갔는데, 검사결과 간경변으로 이미 진행한 상태였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여성 B(56세) 씨는 수년간 소양감(아프고 가려움)으로 인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후 복수와 황달로 인해 종합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 간경변으로 많이 진행되고 복수까지 생긴 상태였다.
A씨의 경우는 자가면역성 간염이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간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간세포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며, 시간이 갈수록 간경변이나 간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질환은 40~60대 중년 여성에게 빈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수년 간에 걸쳐 간경변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B씨는 원발 담즙성 담관염이었다. 자신의 소담관세포를 면역체계가 공격해 담관염을 일으켜 담관이 없어지는 병이다. 담관이 없어지면 담즙이 배액되지 않아 간염을 유발하게 된다. 그리고 간경변증이 생기게 된다.
센텀종합병원 한상영 간센터장은 “자가면역성 간 질환은 중년 여성들이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이다. 간 수치 상승은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 질환, 약물, 바이러스성 간염, 간경변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자가면역성 간 질환은 초기 증상이 미미해 간과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간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전문의와의 상담과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간 수치가 올랐다고 해서 무조건 간에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단기간 과음이나 특정 약물 복용, 스트레스, 피로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식습관 개선과 체중 관리 등으로 간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간 수치 상승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자가면역성 간 질환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양증, 피로감, 황달, 부종, 복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생겼을 때, 혈액검사에서 간 수치(AST, ALT, GGT)가 상승했다면 자가면역성 간 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진단에는 혈액검사뿐만 아니라 자가항체 검사 및 간 조직 검사 등이 사용된다. 자가항체 검사는 자가면역성 간 질환의 특징적인 자가항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진단에 중요하다.
한상영 센터장은 “간 수치가 상승한 중년 여성이라면 자가면역성 간 질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기적 건강검진과 전문가 상담으로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염증이 없어지고, 대개 병이 진행되지 않아 간경변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가면역성 간염은 2년 후 약 복용을 중지할 수도 있으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타민을 복용하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병을 받아들이고 치료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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