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헴제닉스를 기존의 응고 인자 보충 방식의 치료제를 대체할 혁신적인 유전자 치료제로 평가하고 있다. 단 한 번의 투여만으로 혈우병 B형의 원인인 혈액 응고 인자 IX를 환자 스스로 생성하게 돕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격이 무려 47억 원에 달해 급여 적용 여부가 향후 헴제닉스의 시장 안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혁신적인 치료제 헴제닉스
헴제닉스는 CSL 베링(CSL Behring)에서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다. 유전자 요법을 통해 환자의 간에 유전자를 삽입해 부족한 응고 인자 IX를 생성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환자는 기존의 주기적인 응고 인자 보충 없이도 장기간 출혈을 예방할 수 있다. HOPE-B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헴제닉스는 환자들에게 1회 투여로 1년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보였으며 96% 이상의 환자가 기존 예방 요법을 중단했다.
그러나 헴제닉스의 가격은 47억 원에 달해 한국에서의 사용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수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보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 국내 혈우병 환자 2천240명, B형 혈우병 환자는 약 20%
혈우병은 유전성 출혈 장애로, 혈액 내 특정 응고 인자가 결핍되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질환이다. A형과 B형으로 나뉘며 A형은 응고 인자 VIII 결핍, B형은 응고 인자 IX 결핍으로 인해 발생한다.
한국혈우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혈우병 환자는 총 2천240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B형 혈우병 환자는 20%(451명)로 조사됐다. B형 환자는 치료를 위해 주기적인 응고 인자 IX 보충이 필요하며, 이는 주로 혈장 유래 제제나 유전자 재조합 응고 인자 제제를 통해 이뤄진다.
◇ '혈액 응고 인자' 중심의 기존 치료제들
기존에는 혈우병 치료제로 대부분 응고 인자 보충 치료제가 사용됐다. GC녹십자(006280)의 그린모노, 화이자(Pfizer)의 베네픽스(BeneFIX), 사노피(Sanofi)의 알프로릭스(Alprolix)가 대표적이다.
GC녹십자의 그린모노는 혈장 유래 응고 인자 IX 제제로, 1회 투여 시 20~25 IU/kg을 기준으로 중증 출혈의 경우 최대 30 IU/kg까지 투여된다. 최근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확대되 중증 환자들이 더 많은 용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되고 있다.
화이자(Pfizer)의 베네픽스(BeneFIX)는 유전자 재조합 응고 인자 IX 제제로 고가의 치료제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B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가의 치료제로 자리잡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
사노피(Sanofi)의 알프로릭스(Alprolix)는 지속형 응고 인자 IX 제제로 투여 빈도를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장기적인 예방 요법으로 사용되며, 고가의 치료제에 속한다. 한국 내에서도 유통되고 있으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헴제닉스가 한국에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초고가 치료제가 국내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 치료제들와 달리 헴제닉스는 단 1회의 투여만으로 장기간 치료 효과를 보이는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하지만 치료 비용은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다. 만약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환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제한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헴제닉스의 가격으로 인해 빠른 급여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헴제닉스의 도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헴제닉스가 기존 치료법을 대체하며 B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지, 아니면 고가의 장벽에 부딪혀 한정된 환자들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종균 기자
press@healthi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