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척추질환은 광범위한 범위에 엄청난 통증을 동반하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며, “평소 올바른 생활 습관과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도 척추 관절 주변 근력을 강화시키고 척추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인구 4명 중 1명이 척추질환, 젊은층 비율 꽤 높아
국내 척추질환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질환자는 959만6890명으로 2016년 839만7832명 대비 7년간 14.3%, 120만여 명 늘었다. 지난해 경추질환자 264만1777명까지 포함하면 환자 수는 1224만여 명까지 늘어난다. 국내 인구 4명 중 1명이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셈이다.
문제는 최근 젊은층에서도 척추질환이 쉽게 관찰된다는 점이다. 실제 척추질환의 연령대별 환자 분포를 보면 20~40대 젊은 척추질환자의 비율이 2023년 기준 약 22%를 차지한다.최 교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과도한 사용, 잘못된 생활 습관이나 장시간 앉아 있는 환경, 늘어나는 스트레스, 바쁜 업무나 학업으로 인한 운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최근 20~40대 젊은 척추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 추간판탈출증(디스크), 보존적 치료로도 증상 호전 기대할 수 있어
척추질환은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이 대표적이다. 추간판탈출증은 일명 ‘디스크’로 잘 알려진 질환이다. 탈출한 추간판에 의한 물리적 자극과 신경 주변의 염증에 따른 화학적 자극 등으로 허리통증, 방사통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방사통은 경추의 경우 팔과 손에서, 요추의 경우 다리와 발에서 주로 확인된다. 종종 중추신경 자체를 압박해 사지 마비나 대소변 장애 등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추간판탈출증은 증상이 경미할 경우 대부분 자연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휴식을 취하거나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치료로도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극심한 고통이 계속된다면 경막외 주사, 신경근 차단술 등 주사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나 주사요법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때 또는 사지 근력이 약해질 때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요추에는 미세수술현미경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해 탈출한 추간판만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경추는 해당 마디의 추간판 전체를 제거하는 동시에 두 개의 척추를 하나로 유합시키는 척추 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공디스크를 이용해 척추 움직임을 보존하는 수술법도 많이 진행된다. 또 내시경이나 현미경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법이 시행되기도 한다.
◇ 척추관협착증, 요추는 보존적 치료부터... 경추는 수술 진행
척추나 그 주변 인대가 심한 퇴행성 변화를 겪으면 뼈의 일부가 자라고 인대가 두꺼워진다. 이는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을 좁아지게 해 신경을 압박하는데, 이를 척추관협착증이라 한다.
허리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은 보통 요추 4번과 5번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부위에는 다행히 중추신경인 척수는 없고 말초신경다발만 존재해 압박 정도가 심해도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척추관협착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보행 시 심해지는 다리 통증이다. 협착증 부위에 눌린 신경이 지나가는 엉덩이 이하 하지 통증과 저림, 근력 약화로 보행이 힘들어진다. 이때 허리를 구부리거나 앉으면 통증이 완화된다.
약물치료나 신경 차단술과 같은 주사치료를 통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도한 다음, 통증 감소의 효과가 없거나 하지 마비, 보행 장애가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반면 경추에 발생하는 척추관협착증(경추 척추증성 척수증)은 보존적 치료로는 질환 악화를 막기 힘들고, 한 번 신경이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 교수는 “경추는 중추신경인 척수가 척추관 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척추신경의 압박이나 손상으로 손, 팔 근력 약화와 함께 섬세한 손가락 놀림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 균형 감각 소실과 보행 장애 등 마비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 척추 밀려 나가는 '척추전위증', 뼈 미끄러짐 정도 따라 치료법 달라져
척추전위증은 인접한 척추체의 정렬이 어긋나면서 하나의 추체가 인접 추체보다 앞(전방전위) 또는 뒤(후방전위)로 전위되는 질환을 말한다. 척추가 밀려 나간다고 해서 ‘척추 미끄럼증’ 혹은 ‘척추탈위증’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천적으로 관절돌기가 손상돼 있거나 외상 또는 척추의 퇴행으로 상하 척추 연결부가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노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노년층과 50~60대 여성에서 많이 생기지만 최근에는 오래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요추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허리통증과 다리저림을 호소하고, 심할 경우 엉덩이나 하지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X-Ray를 통해 뼈가 얼마나 미끄러져 있는지를 살펴보고 진단한다. ‘메이어딩 그레이드(Mayerding's Grade)’라는 방법으로 밀려 나간 척추뼈 아래에 있는 척추뼈의 상위면을 4개 등급으로 나누고 각 등급별로 밀린 정도를 평가한다. 50% 미만인 2단계까지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지만, 신경 압박이 심하거나 관절의 불안정성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증상에 따라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 바른 자세가 예방법… 다리 꼬는 습관, 허리 건강 최고의 적
예방은 평소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게 첫걸음이다. 먼저 앉은 자세는 엉덩이가 등받이에 밀착되도록 의자 깊숙이 앉으며 허리를 반듯하게 펴야 한다. 구부린 무릎의 각도는 90°를 유지한다.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은 허리에 최고의 적이다. 오랜 시간 다리를 꼬는 습관은 허리와 골반 주변에 통증을 유발하고 척추 변형까지 가져올 수 있다.
잠자는 자세도 중요하다. 엉덩이가 가라앉는 정도가 약 1~2㎝ 되는 탄탄한 침구를 사용하고, 베개는 누웠을 때 어깨 위 목 높이 정도의 낮고 푹신한 것을 선택하되, 머리와 어깨까지 받쳐줄 수 있는 것이 목과 허리에 부담을 줄인다. 무엇보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 척추나 허리 강화에 도움을 주는 걷기 운동을 1주일에 3회 이상, 40~50분씩 약간 빠르게 걷는 정도가 적절하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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