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건강⑫] 중장년층 흔한 수면 장애 '렘수면행동장애'...잠꼬대와 유사해 세심한 관찰 필요
렘수면행동장애는 일반적인 잠꼬대와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행동을 수반해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물리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을 보인다. 또 뇌 도파민 시스템 문제와 관련이 깊어 뇌 건강의 중요 신호가 될 수도 있는데, 특히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 신경계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잠꼬대와 달리 사고 위험 동반, 뇌 신경 질환과도 깊은 관련
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수면 장애를 뜻하는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RBD). 보통 잠을 자는 도중에는 근육이 이완 돼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면서 발길질을 하거나 팔을 휘두르는 동작, 욕설을 하는 등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또 실제로 몸을 움직여 스스로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잠꼬대와는 어떤 차이점을 가질까?
잠꼬대는 무의식 중에 나오는 말이다. 주로 스트레스나 피로, 음주 등이 원인이며 일시적으로 나타난다. 누구든 겪을 수 있으며 거의 대부분 큰 문제가 없는 일반적 현상이다.
반면 렘수면행동장애는 꿈 속 내용을 현실로 옮겨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 사고 위험을 줄 수 있어 반드시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보통 중장년층에게 흔한 편이다. 또 도파민 신경 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길 때에도 나타날 수 있어 뇌 신경 질환과도 연관성이 크다.
◇ 렘수면행동장애, '파킨슨병' 증상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
렘수면행동장애의 무서운 점은 뇌의 신경 퇴행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결과에 의하면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중 약 50~80% 정도가 10년 내 파킨슨병이나 루이소체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파킨슨병은 뇌신경 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손 떨림, 동작 느려짐 등과 같은 운동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전에 후각이 둔해지거나 우울증, 렘수면행동장애 등 비운동성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장년층에게 잘 나타나는 렘수면행동장애처럼 파킨슨병 역시 40세 이후로 첫 증상이 시작되고 50세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그 위험은 점차 커진다.
권경현 세란병원 신경과 과장은 "고령층에게 비운동성 증상은 흔해서 파킨슨병을 의심하기 어렵다"라며 "후각 기능 소실, 렘수면행동장애, 우울감 등 증상이 보인다면 단순 노화로 여기기 보다 즉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파킨슨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상이 지속된다면 파킨슨병의 조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미리 검사를 받거나 의료진과 상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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