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위암 발생률은 세계 1위다. 위암 발병을 높이는 요인으로 식습관, 음주, 신체활동 부족 등과 함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치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부 박사 연구팀은 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이하 헬리코박터균) 감염에 의한 위 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하는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기존의 항생제를 이용한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와 병용 활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증은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의 하나로 헬리코박터균이 위장 점막에서 기생하며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및 위선암 등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 정도가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감염률 역시 40~50%로 추정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해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헬리코박터균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 보건 기구)가 지정 1급 발암물질이며 헬리코박터균 감염 환자는 일반인보다 위암에 걸릴 위험도가 3~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위암 예방과 위암의 진행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 발굴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헬리코박터균 감염증 치료에는 항생제로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의 표면이나 위의 점액에 존재해 치료약물이 균이 있는 곳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차례 항생제에 노출이 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내성이 생겨 치료가 쉽지 않다.

특히 제균 치료만으로는 손상된 위 점막을 복구할 수 없고, 유익균까지 제거되는 부작용이 있어 손상된 위 점막을 회복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

(왼쪽부터)제1저자 이무승 박사, 제1저자 손예슬 박사, 연구책임자 손미영 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왼쪽부터)제1저자 이무승 박사, 제1저자 손예슬 박사, 연구책임자 손미영 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3차원 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초기에 일어나는 위 점액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하고, 감염으로 손상된 위 세포를 회복하게 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체내에 침입 시 처음 자리 잡는 위 전정부(antrum)의 특징을 갖는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3차원 위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하며 헬리코박터균이 분비하는 VacA(Vacuolating cytotoxin A, 세포 공포화독소)에 의한 변화를 관찰해 위 점막 세포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저하 현상을 밝혀냈다.

나아가 오가노이드 모델과 생쥐 모델에서 인산화효소(kinase) 저해제인 MLN8054가 VacA 독소뿐만 아니라 미생물 감염으로 손상된 위 상피세포를 회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 손상 치료 후보 물질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책임자인 손비영 박사는 “그 동안 헬리코박터균 관련 연구에는 주로 암 세포주나 마우스 모델이 활용되었는데 이번 위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로 한계로 지적되던 종간 특이성과 같은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라며, “향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인체 반응 예측을 통해 유효 성분을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해 신약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9월 26일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Biomaterials (IF 12.8)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과기정통부 Korea Bio Grand Challenge 사업,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 식약처 첨단 독성평가기술 기반구축사업, 생명연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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