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에는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따라 DTaP 백신을 통해 예방할 수 있으며, 기본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경우에는 뇌손상, 폐렴, 사망 등 중증 합병증의 위험이 커진다. 백일해의 주요 위험군은 바로 2개월 이하의 신생아다. 이 시기의 신생아는 면역력이 약해 백일해에 걸리면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백일해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따르면 백일해 발병 건수가 급증하면서 산부인과 학회에서 임신부의 백일해 접종을 필수적으로 권장하게 됐다. 실제로 2018년 이후로 백일해 발병 건수가 급증했으며, 2024년에는 역대 최다인 23,578명이 발생했다고 보고됐다. 이에 따라 백일해 예방접종이 임신부에게 더욱 중요한 시점으로 부각됐다.
임신 중 백일해 예방접종은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 시기에 접종을 받으면 항체 형성에 약 2주가 소요돼 출산 전 적절한 면역력을 형성할 수 있다. 만약 36주까지 접종을 받지 못했다면, 출산 직후 바로 접종을 권장한다.
백일해 접종은 태아에게 직접적인 면역 전달이 이뤄지지 않지만, 신생아가 엄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임신 중 백일해 예방접종을 통해 신생아의 중증 백일해 발병률을 95%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백일해 예방접종에는 DTaP와 Tdap 두 가지 종류가 있다. DTaP는 6세 이하 영유아에게 사용되는 백신으로,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항원이 포함된 혼합백신이다. Tdap는 성인과 임신부에게 사용되는 백신으로, 항원의 양이 적어서 면역력이 이미 형성된 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임신부는 Tdap 백신을 맞아야 하며, 아다셀(Adacel)과 부스트릭스(Boostrix)라는 두 가지 제품이 있다. 두 제품은 성분이 동일해 어떤 제품을 맞아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신부의 백일해 예방접종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포함되지 않아 무료는 아니며,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으로 접종을 받게 된다. 보통 접종 비용은 약 5만 원 정도이며, 임신출산 바우처 카드를 이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백일해 예방접종은 안전한 백신으로, 일반적으로 경미한 부작용만 발생할 수 있다. 접종 부위의 통증, 발적, 미열, 몸살 등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일시적이며 심각한 부작용은 드물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의하면 조산이나 사산, 기형아 발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백일해는 매우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므로, 임신부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남편이나 가족들도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특히 신생아와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부모나 친척들은 Tdap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안전하다. 성인에게는 10년마다 한 번씩 Tdap 접종이 권장된다.
임신 중 백일해 접종은 임신부와 태아, 그리고 신생아를 보호하는 중요한 예방책이다. 백일해의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특히 신생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27주에서 36주 사이에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권된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일해 백신을 통해, 가족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의 첫걸음을 떼길 바란다.
(글 : 윤명근 순천미즈여성아동병원 원장(산부인과 전문의))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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