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새 깃털의 1000만분의 1인 나노그램 단위로 우리 몸에 작용하는 물질이다. 특히 여성호르몬은 월경, 임신, 수유, 골밀도, 심혈관 건강 등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섬세한 조절을 통해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여성호르몬. 그 종류와 대표적인 치료 사례들을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여성호르몬 분비 체계.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난포자극호르몬, 항체형성호르몬, 프로락틴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는 데 영향을 미침 (서울대병원 제공)
여성호르몬 분비 체계.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난포자극호르몬, 항체형성호르몬, 프로락틴은 난소에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는 데 영향을 미침 (서울대병원 제공)
◇ 전반적인 여성 건강에 꼭 필요한 여성호르몬

호르몬 분비의 총괄 책임자는 뇌다. 뇌 아래쪽에 위치해 있는 중요한 조절 중추인 뇌하수체에서는 난포의 성장과 배란 등 난소 기능을 담당하는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 그리고 임신과 출산 시 모유 분비와 월경주기 조절에 영향을 주는 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을 분비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호르몬들은 난소에 작용해 여성호르몬의 대표 주자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도록 한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증식 시켜 임신을 준비할 뿐 아니라 심혈관 건강과 골밀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의 증식을 억제하고 자궁근육의 수축을 방지함으로써 임신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또한, 갑상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신진대사의 균형을 위해 중요하고 특히 여성의 안정적인 임신과 출산을 위해 필수적이다. 갑상선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으로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면 월경불순이 생길 수 있다.

◇ 호르몬 치료 목적 다양해... 조기폐경 여성에게는 필수적
산부인과에서 실시하는 호르몬 치료는 주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치료 목적은 갱년기 증상 관리, 난임 치료, 월경불순 개선, 피임 등으로 다양하다. 목적에 따라 먹는 약, 바르는 약, 질정, 주사, 패치 등 치료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환자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거나 과도한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갱년기 나이가 되면 인체 내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진다. 그 결과 폐경기 여성 10명 중 9명은 안면홍조, 식은땀, 수면장애 등 갱년기 증상으로 고통 받는다. 질건조증 및 방광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대체 요법은 이러한 증상들을 완화 시킬 뿐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40세 이전에 조기 폐경을 겪은 여성은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쉬워 치료가 필수적이다.

한편,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자궁내막의 성장을 촉진하여 자궁내막암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용량과 종류의 프로게스테론 병용 투여가 필요하다. 대략 1년에 한 번 유방·난소·자궁검사 및 혈액 검사를 정기적으로 병행한다면, 지속적인 여성호르몬 치료로 인한 암 발병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 여성 10명 중 1명...생각보다 흔한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골반강 등 자궁 밖 여러 다른 부위에 부착해서 증식하는 것으로 크기가 커져 난소 등에 종양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여성 10명 중 1명, 난임 여성에서는 10명 중 3~5명에서 진단 될 정도로 흔하다. 갑작스러운 월경통으로 내원해 우연히 진단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과거 자궁내막증은 주로 수술을 통해 치료했으나 최근 프로게스틴(합성 프로게스테론 제제)의 발달로 호르몬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자궁내막증은 난소기능 저하 및 난임의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 또는 배아 동결을 고려할 수 있다.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생리, 임신, 골밀도 유지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 갱년기 증상 완화 및 난임 치료,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여성호르몬은 여성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생리, 임신, 골밀도 유지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 갱년기 증상 완화 및 난임 치료, 암 환자의 가임력 보존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여성호르몬 활용, 적극적인 가임력 보존 기대 가능

최근 저출산 시대의 난임 문제, 암 환자 장기 생존 이슈 등이 대두 되면서 호르몬 치료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 암 환자들에게 있어서 여성호르몬 치료는 임신과 출산 가능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령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은 항암 치료와 재발을 막는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동안 임신을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미혼 여성은 난자 동결, 기혼 여성은 배아 동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가임력 보존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과 배란 유도 단계에서 여성호르몬제가 사용되며, 레트로졸 등 여성호르몬의 비정상적 상승을 억제하는 호르몬제를 병용해 난자·배아동결 과정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드물긴 하지만 초기 자궁내막암 여성이 자궁절제 대신 성공적인 항암호르몬 치료 후 시험관 아기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예도 있다. 따라서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임신과 출산 계획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여성 건강 회복과 유지에 매우 유용하지만, 극소량만으로도 부정 출혈이나 혈전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호르몬제를 비타민과 같은 건강보조제나 기능성제제 정도로 생각해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교수는 "무월경, 자궁내막증, 갱년기 증상 등 여성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산부인과 전문의, 가능하면 부인과내분비를 전공한 의료진과 상담해 본인의 상황에 최적화된 호르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는데 바람직한 생활 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평소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한다면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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