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지오니는 체포 당시 3D 프린터로 제작된 권총, 다량의 현금, 위조 신분증, 그리고 직접 작성한 선언문 3장을 소지하고 있었다.
맨지오니의 선언문에는 그가 범행에 이른 배경이 담겨 있다. 그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을 포함한 미국 보험사들이 "엄청난 수익을 위해 국민을 학대한다"고 주장하며, "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다"는 문구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를 미국 의료보험 체계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는 '부인(deny)', '방어(defend)', '증언(depose)'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관계자들은 이를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전략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했다. 수사 당국은 맨지오니가 개인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맨지오니는 수년 간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인해 심각한 허리 통증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소셜미디어에서도 만성 통증과 관련된 고충을 자주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의료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보험사의 복잡한 절차와 반복적인 거절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사건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톰슨에 대한 동정 여론보다 그의 죽음을 정당화하려는 의견이 더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사용자들은 '톰슨은 의료 위기의 상징적 인물'이라며 만성 질환자들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긴 보험사들을 비판했다. SNS에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경험담과 관련 문서 사진이 공유되며, '맨지오니는 국가적 영웅'이라는 극단적인 의견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응이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민심의 누적된 좌절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싱크탱크 싱크글로헬스의 은시칸 아크판 편집장은 “소득 불평등과 건강보험 보장 문제는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SNS와 인공지능 전문가인 팀 위닝거 교수도 “의료산업에 대한 분노와 함께, 정의를 자경단식으로 실행하려는 지지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맨지오니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명문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비리그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컴퓨터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디지털 자동차 소매업체 ‘트루카’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서핑 동호회 활동을 하다 허리 질환으로 활동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그는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수년간 고통받았으며, 소셜미디어에서 허리 수술 경험과 만성 통증을 언급한 바 있다.
체포 당시 발견된 선언문과 함께, 과거 테러범 테드 칸진스키의 ‘유나바머 선언문’을 높이 평가한 기록도 그의 급진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칸진스키는 현대 산업사회에 반발하며 폭탄 테러를 저질렀던 인물로, 맨지오니는 이 선언문을 '정치적 혁명으로서 중요한 글'로 묘사하며 평점을 높게 준 적이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범죄 사건을 넘어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불만과 개혁 요구를 재점화시키고 있다. 비영리 싱크탱크 KFF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50%는 의료비 부담을 느끼며, 4명 중 1명은 높은 비용으로 치료를 미루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 전문가는 “톰슨의 죽음과 맨지오니의 선언문은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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