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과 다리를 연결하는 고관절은 골반뼈의 움푹 파여 있는 비구와 허벅지 뼈인 대퇴골의 머리 부분인 대퇴골두로 구성된다. 대퇴골두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퇴골두가 점점 괴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라고 부른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의 혈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유전적인 영향도 있고, 신진대사의 영향도 있으며, 혈관의 손상이나 골절 등의 외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확실한 원인으로 알려진 것은 음주와 스테로이드이다.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 경우, 그리고 질병 등을 이유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장기간 받은 경우 미세색전이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일어나기 쉬워진다.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진단받는 환자는 약 1만5000명에 이르며, 매년 국민 10만 명 당 약 30명 정도가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년 환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남성이 여성보다 환자가 더 많다. 고령뿐만 아니라 40세 이하 젊은 연령에서도 발병률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괴사가 진행되는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뼈의 내부에서 시작된 괴사가 점차 진행되면 체중을 지지하는 연골 부위까지 강도가 약해지고 연골 바로 밑의 뼈가 부러지는 연골하 골절이 일어나게 된다. 이때부터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병은 진행 정도에 따라 1기, 2A기, 2B기, 3기, 4기로 구분하는데 연골하 골절이 일어난 이 시기를 2B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골하 골절이 일어난 2B기 이후라면, 인공관절수술이 원칙이다. 이미 골절이 일어난 경우 관절을 보존하는 다른 수술 방법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단 후 수술 받는 환자의 90% 이상은 인공관절수술을 받게 되는데, 고관절의 인공관절수술은 상당히 결과가 좋은 편이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다.
연골하 골절이 일어나기 전인 1기, 2A기의 상태에서 병이 발견된 경우에는,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한 보존적 수술을 시행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부에 작은 절개를 가하고 대퇴골 내부를 감압해 주는 중심 감압술이라는 수술을 시행한다. 연구에 따르면 60% 이상의 환자에게서 병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연골하 골절 없이 잘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인해 발생하는 고관절 통증은 허리 문제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고관절 통증이 척추협착이나 허리디스크로 인해 발생하는 방사통으로 판단돼 척추 치료를 받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것이다. 처음 병원에 내원해 진단을 하는 과정이나 척추 치료를 받으면서 방사통의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의 고관절 문제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고관절 통증을 유발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질환이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병의 특성상 빠르게 진행되고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만큼, 고관절 통증이 발생했다면 지체 없이 병원에 방문하여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글 : 이승열 바른본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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