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3월 25일 서울 명동소재 성모병원에서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환자의 국내 최초 신장 이식 수술 성공 후 4000번째 환자다.
60대 이 모씨는 유방암 수술 후 2023년 정기검진 중 신장기능이 저하된 것을 발견하게 됐다. 신장(콩팥)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으로 진단돼 2024년부터 인공신장실에서 신장투석을 시작했다. 콩팥 기능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자신의 콩팥을 나눠주겠다고 선뜻 기증자로 나서준 여동생의 생명나눔으로 지난 5일 생체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18일에는 건강을 되찾아 퇴원했고, 24일 이식 수술 후 첫 외래진료를 찾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만성 콩팥병 환자 수는 29만6000명으로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고령 인구와 고혈압, 당뇨병 환자가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콩팥 기능이 나빠지면 노폐물이 몸에 쌓이면서 여러 합병증을 유발해 결국 투석치료 또는 건강한 콩팥을 기증받는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하다.

이렇게 신장이식 수술이 활성화 된 주요 요인은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 뿐 아니라 재이식(2차,3차 이식 등), 면역학적 고위험군 환자 이식, 난치성 혈액 질환자에서의 이식, 면역관용유도 이식과 같은 고난이도 수술까지 의술의 영역을 확장한 데 있다. 이를 위해 혈관이식외과, 신장내과, 비뇨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신장병리과 및 장기이식센터의 전문 코디네이터 팀이 유기적인 다학제팀을 구성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공여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부적합할 경우 이식 후 이식받는 사람의 몸속 항체가 거부 반응을 일으켜 이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거부 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항체주사와 혈액 속 항체를 제거하는 혈장교환술 개발로 혈액형 부적합 이식이 가능해지면서 서울성모병원은 고난이도 신장이식인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최근까지 450례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에 혈액이 맞는 공여자가 없어, 이식을 할 수 없었던 환자들에게까지 이식 기회를 넓히게 됐고, 형제자매보다 혈액형이 다르기 쉬운 부부이식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고도 감작된 환자에서의 탈감작 치료 후 신장이식도 고난이도 수술 중 하나다. 감작된 상태에서 장기이식을 하면 항체에 의한 급성거부반응으로 이식이 실패할 위험이 높다. 서울성모병원은 혈액 내 항체를 제거해 이식이 어려운 환자의 이식을 가능하게 하는 탈감작 프로토콜을 구축해, 고도 감작으로 신장이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도 건강한 삶을 찾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고도 감작된 환자에서의 신장이식 뿐 아니라, 간, 신장 동시 이식, 난치성 혈액 질환자에서의 이식 및 면역관용유도 이식과 같은 고난이도 이식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한 축적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매년 신장 이식 연구 관련 SCI급 논문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으며, 다수의 해외 학술대회에서 수상 성과를 낸 바 있다.
박순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교수는 “최근 어려운 의료 분위기 속에서 장기를 기증해 주신 기증자와 가족분들의 숭고한 뜻과,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의료진들의 간절한 마음이 합쳐져 이뤄낸 결과라 생각한다”며 “환자를 위해 예전 우리나라 의학수준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던 국내 첫 신장이식을 성공시켰던 스승님들의 유지를 이어서, 앞으로도 장기이식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인 환자분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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