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제공)
(연합 제공)
일본 게이오대학병원은 최근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거나 질병으로 인해 자궁을 잃은 여성을 대상으로 제 3자의 자궁을 이식해 임신·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자궁 이식’ 임상 연구에 대한 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최초의 자궁 이식 시행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로키탄스키 증후군’ 등의 질환을 가진 2030대 여성 약 3명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로키탄스키 증후군은 약 4000~5000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게이오대 병원은 2022년에 연구 계획을 학내 위원회에 신청했으며, 이후 심사가 이어져 왔다.

자궁 이식을 희망하는 여성은 먼저 자신의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 후 냉동 보관한다. 이후 제3자로부터 자궁을 제공받아 이식하는 절차를 거친다. 제공자는 보통 어머니나 자매 등 가까운 친족을 가정하고 있다.

자궁 이식 후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거부 반응 여부를 관찰한다. 이식 된 자궁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확인되면 체외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켜 임신을 유도한다. 출산은 제왕절개 방식으로 이뤄지며, 출산 후 추가 임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 이식 된 자궁을 제거하게 된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기스 이오리 게이오대학 전임 교수는 “자궁이 없지만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여성들에게 자궁 이식은 선택지를 넓히는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며 “이식 실현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게이오대 병원은 이식 수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를 정비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궁 이식 시행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자궁을 잃은 여성이 출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건강한 제공자의 신체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적인 장기 이식이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목적과는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의학회는 2021년 자궁 이식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식을 받는 여성과 제공자 모두에게 미치는 위험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고 윤리적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제한적인 소수 대상에게만 이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자궁 이식 분야는 해외에서 앞서 연구가 진행됐다. 2014년 스웨덴에서는 세계 최초로 자궁 이식을 통해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보고됐다.

스웨덴 예테보리(Gothenburg)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2024년 12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140건 이상의 자궁 이식이 시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70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2023년 1월,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이 MRKH(Mayer-Rokitansky-Küster-Hauser) 증후군을 가진 35세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이번 연구를 통해 자궁 이식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