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과 가려움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의 시각화(사진=기초과학연구원)
통증과 가려움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의 시각화(사진=기초과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같은 신경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통증과 가려움 자극을 뇌가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밝혀냈다. 이는 신경과학 분야에서 감각 정보 처리 메커니즘을 규명한 중요한 연구로 평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사회성 연구단 강봉균 단장과 경북대 치과대학 고형곤 교수 공동 연구팀은 뇌의 ‘전측 대상회피질’(ACC)이 통증과 가려움을 서로 다른 신경 경로를 통해 처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통증과 가려움은 말초 신경에서 시작돼 뇌의 시상과 뇌간을 거쳐 전측 대상회피질로 전달되는 동일한 경로를 따른다. 기존에는 가려움이 통증의 한 형태로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두 감각이 독립적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측 대상회피질은 뇌의 전두엽에 위치하며 신체적 고통과 통증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과 관련된 영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신경 경로를 따라 전달되는 통증과 가려움이 어떻게 구별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전측 대상회피질 내 신경세포(뉴런)가 통증과 가려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했다. 실험에서는 통증을 유발하는 포르말린과 가려움을 유발하는 히스타민을 동시에 주입한 뒤, 뉴런의 활성 상태를 관찰했다.

이를 위해 뉴런 활성화 시 발현되는 유전자를 관찰할 수 있는 ‘조기조절유전자 관찰 기술’과 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측정해 활성화 여부를 확인하는 ‘칼슘 이미징 기술’을 활용했다.

결과, 통증과 가려움을 담당하는 뉴런이 각각 다른 독립적인 뉴런 집단을 통해 처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쉽게 말해 같은 경로를 거쳐 전측 대상회피질에 도달한 감각 신호가 특정한 뉴런 집단에 의해 개별적으로 처리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8년 개발한 시냅스 분석 기술을 활용해 통증과 가려움이 전측 대상회피질에서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추가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배내측 시상(mediodorsal thalamus)에 있는 뉴런이 전측 대상회피질의 뉴런과 연결될 때, 감각(통증과 가려움)별로 서로 다른 시냅스를 형성하는 것이 확인됐다.

즉, 동일한 경로로 전달된 감각이 전측 대상회피질에서 분리된 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됨으로써 서로 다른 생리적·행동적 반응을 유도했다.

또 연구팀은 화학·유전학적 기법을 활용해 각각의 감각을 담당하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억제한 후 생쥐의 행동 변화를 분석했다. 통증 담당 뉴런을 억제하면 생쥐가 통증 반응으로 보이는 ‘핥는 행동’이 감소했고, 가려움 담당 뉴런을 억제하면 가려움 반응으로 보이는 ‘긁는 행동’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강봉균 IBS 단장은 “통증과 가려움 같은 감각 정보가 뇌에서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시냅스 수준에서 밝혀낸 연구”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전측 대상회피질을 포함한 인간의 인지 기능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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