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교수 연구팀, 후각 수용체로 대장암 억제 ‘획기적 발견’…새로운 아로마 치료 가능성 열어
대장암 조직에서 OR51E2 발현 세계 최초 밝혀…후각 수용체가 대장암 발병 중요한 역할 시사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이성준 교수(왼쪽) 등 연구팀.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이성준 교수(왼쪽) 등 연구팀.
“향긋한 냄새를 맡기만 하면 대장암 세포가 힘을 잃는 아로마 치료가 현실로 다가온다?”

고려대 연구팀이 후각 수용체의 ‘숨겨진 힘’을 발견하고 향기 성분으로 대장암 억제 가능성을 제시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대학교 식품공학과 이성준 교수 연구팀은 후각 수용체인 ‘OR51E2’가 후각뿐만 아니라 대장 조직에서도 발현되며, 대장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종양 억제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천연 향기 성분인 베타-아이오논(β-ionone)이 OR51E2에 결합하는 리간드로 작용하여,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분자 수준의 작동 원리까지 규명하며 새로운 대장암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냄새 맡는 수용체의 놀라운 발견을 담은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22일 JCR 통합 및 보완 의학 분야 상위 2.33%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피토메디신(Phytomedicine)> 온라인에 게재되었으며, 오는 5월 인쇄본으로 정식 출판될 예정이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유전체 및 조직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 결과, 정상 대장 조직에 비해 대장암 조직에서 OR51E2의 발현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OR51E2 발현 감소의 원인이 N⁶-메틸 아데노신(m⁶A) RNA 변형으로 인한 OR51E2 mRNA 안정성 저하 때문임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는 후각 수용체가 대장암 발병 및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연구팀은 베타-아이오논을 대장암 세포에 처리한 결과, OR51E2 수용체가 활성화되면서 세포 내 칼슘 농도 증가, MEK-ERK 신호 경로 억제, 세포 증식 및 이동성 억제, 그리고 세포 사멸 유도와 같은 뚜렷한 항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항암 효과는 OR51E2의 기능이 억제된 세포에서는 관찰되지 않아, 베타-아이오논의 항암 작용이 OR51E2 활성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입증했다.

생체 실험에서도 효과를 입증시켜 차세대 대장암 치료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베타-아이오논의 항암 효과는 대장암 세포를 이종 이식한 쥐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다. 베타-아이오논 투여군은 대조군에 비해 종양 성장이 뚜렷하게 억제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베타-아이오논이 OR51E2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대장암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우리에게 익숙한 향기 성분을 활용하여 차세대 대장암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후각 수용체의 새로운 기능 발견과 천연 향기 성분의 항암 효과 규명을 통해 향후 대장암 치료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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