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관찰이 치매 치료의 ‘출발점’... 부모님에 대한 ‘관심’ 중요

가정의 달 5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꽃과 선물을 드리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값진 선물은 ‘부모님 건강과 마음을 세심히 들여다보는 따뜻한 관심’이다.

부모님이 예전보다 자주 깜빡하시거나, 말수가 줄고,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신다면 ‘노화의 현상’이 아닌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노화로 인한 기억력 감퇴와 질병으로 인한 인지 저하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치매의 전조증상일 수 있기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영빈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깜빡깜빡하는 일이 생기지만,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다”며, “두 상태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기억력 저하의 정도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꽃보다 중요한 선물은 부모님의 건강과 기억을 지키는 따뜻한 관심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어버이날, 꽃보다 중요한 선물은 부모님의 건강과 기억을 지키는 따뜻한 관심입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생활 방식, 성격까지 바뀌면 '치매' 초기 의심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치매는 뇌의 기능이 점점 나빠지는 질환이다.

건망증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단어가 잠깐 생각나질 않는 경우, 깜빡한 약속을 얘기를 듣고 기억해내는 경우,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러나 단어 자체를 잊어먹거나 약속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길을 잃는 경우,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는 경우, 일상생활이 점점 혼자서 어렵게 되는 경우는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 치매일 수 있다.

최 교수는 “기억력만이 아니라, 생활 방식과 성격까지 바뀌는 느낌이 든다면 꼭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치매는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강릉아산병원 제공)
치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강릉아산병원 제공)
◇경도인지장애, 모두 치매로 진행되지 않아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는 기억력이나 언어,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떨어지긴 했지만, 일상생활은 거의 혼자서 잘 해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의 약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됐다. 다만, 스트레스, 수면 부족, 우울증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인지 저하는 회복되기도 한다.

부모님의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됐을 때는 불필요한 걱정보다는 운동, 독서, 사람과의 교류, 규칙적인 생활 등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6~12개월에 한 번씩은 인지기능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필요한 경우 신경과 전문의 상담과 뇌 MRI 등 정밀검사도 도움이 된다.

최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와는 다르며, 치매의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다”며, “모든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치료 목표부터 다른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는 치료의 목표가 다르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심이고, 치매는 이미 진단된 상태이므로 증상 악화를 늦추고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 목표다.

경도인지장애는 생활 습관이 ‘약’이다. 약물보다는 생활 습관 개선과 두뇌 자극 활동이 핵심 치료다. 약물치료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지만 경우에 따라 우울증 치료제, 기억력 보조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이 나빠지는 병’이 아닌,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으면서 생기는 뇌 질환이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루이소체 치매(Dementia with Lewy bodies),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가 있으며, 이 외에도 우울증, 비타민 B12 결핍, 갑상선 기능 저하증,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 치료 가능한 원인도 있다.

이 중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의 약 60~70%를 차지하며, 뇌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아밀로이드, 타우)이 축적되면서 신경세포가 서서히 손상된다.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로 시작해 점차 판단력, 언어 능력,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미세한 혈관 손상으로 인해 뇌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며, ‘루이소체 치매’는 뇌에 루이소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환각이나 파킨슨 증상 등이 동반된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비교적 이른 연령대(50~60대)에 발병하며, 전두엽과 측두엽의 위축으로 성격 변화나 충동 조절 장애가 먼저 나타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병원에서는 문진과 인지기능 검사(MMSE, MoCA), 혈액검사, 뇌 MRI 또는 CT, 아밀로이드 PET-CT, 신경심리검사 등을 시행한다.

최 교수는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 원인으로 뇌가 손상되면서 생기는 증상들의 모임이다”며, “이들 중 일부는 치료 가능한 치매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진행을 늦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속 치매 예방법 (강릉아산병원 제공)
일상생활 속 치매 예방법 (강릉아산병원 제공)
◇“조금씩, 꾸준히” 치매 예방은 뇌 습관 만들기부터


최영빈 강릉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몇 가지 추천했다.

최 교수는 “건강한 뇌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조금씩, 꾸준히 뇌에 좋은 습관을 실천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모님이 자꾸 깜빡하시거나 말씀이 번복되면, 자식으로서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기억력 저하가 치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변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관찰하고 필요할 때는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변화가 2가지 이상 지속 관찰된다면, 치매의 초기 징후일 수 있어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족이 관찰해야 할 부모님의 변화 (강릉아산병원 제공)
가족이 관찰해야 할 부모님의 변화 (강릉아산병원 제공)
◇치매 걱정, ‘비난’보다 ‘관심’이 먼저입니다


부모님의 기억력 변화는 가족 입장에서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의 대응이 치매 치료의 출발점이다. 부모님의 변화를 외면하지 않고 따뜻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치매의 예방과 진행 지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첫째, 비난보다는 공감이 우선이다. “왜 또 그래요?”라는 말보다는 “괜찮아요, 요즘 저도 자꾸 깜빡해요”처럼 부담을 덜어주는 말이 환자에게는 훨씬 편안하게 느껴진다.

둘째, 증상과 변화를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력 저하나 이상 행동이 나타난 날짜, 상황, 빈도를 간단히 메모해 두면 병원 진료 시 유용한 참고 자료가 된다.

셋째, 정기적인 검진을 부드럽게 권유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기능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검사 한번 받아보면 안심이 될 거예요” 같은 말로 자연스럽게 유도해 보자.

넷째, 혼자서 모든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 치매는 가족 전체의 질환인 만큼, 보호자도 돌봄과 감정 소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치매안심센터, 지역 복지기관, 간병 상담 등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 교수는 “어버이날, 마음을 담은 ‘관심’이야말로 가장 큰 선물이 된다”며, “‘관심’은 부모님에겐 건강을 지키는 응원이 되고, 자녀에겐 후회 없는 사랑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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