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 대북활동가 구술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 발간... 정근 이사장-농업교류 권문서씨-나무심기 김원백씨-통일운동가 김지연씨 등 4인의 활동가 기록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자료관은 최근 농업교류, 북측 지역 나무심기 사업, 해외동포 평화통일 민주화운동, 의료협력 및 교류 분야 등에서 남북교류·협력과 분단극복을 위해 노력해온 4명의 한반도 평화 활동가들의 활동을 인터뷰를 통해 기록한 구술 자료집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진인진 출판)’을 출간했다.
이 구술자료집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은 경직된 정치·군사적 상황에서 다양하게 남북 교류 사업들을 이어가면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소중한 통로를 잇고 유지해온 활동가들의 소중한 기록물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자료관에서 10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구술자료 아카이브 구축-현대한국구술사연구’의 연구결과물을 처음으로 책으로 출간했으며, 전국 도서관에 비치함으로써 남북교류 활성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모색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지막 4장에서 ‘의료는 남북관계를 여는 열쇠’라는 제목으로 그린닥터스의 창립자인 정근 온종합병원 대표원장의 사례를 구술 정리했다. IMF로 초래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산에서 1997년 발족한 ‘백양의료봉사단’을 시초로 2004년 설립된 그린닥터스는 그 해 발생한 북한 신의주 용천역 폭발사고를 계기로 대북 의료교류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다. 개성공단 응급진료소와 개성남북협력병원을 조직하고 관리 운영한 경험과 함께 2018년부터 계획하고 있는 개성종합병원 건립 계획의 전망을 제시하는 한편, △의료 지원을 위한 우회로와 결핵병원 △북측 결핵문제의 심각성과 의료를 통한 통일운동 등 의료를 통한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통일 모색하고 있다.
‘통일딸기 사업으로 일군 남북 농업의 꿈’이라는 제목의 1장에서는 2006년부터 2010년 5.24조치 이전까지 딸기모종을 평양으로 보내 증식시킨 후 다시 남측으로 들여와 재배 출하하는 남북농업 교류 활동을 벌였던 권문서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사무총장의 사례를 소개한다. 2장에서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에 나무심기 운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캐나다 동포 김원백 겨레의 숲 이사의 사례, 3장은 일본에서 1980년부터 한국의 통일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지연 ‘민족 시보’ 논설위원의 사례를 담고 있다.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재단은 2005년 1월부터 2012년 12월말까지 북한 개성시 개성공단 내에서 ‘개성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했다. 8년간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은 북한 근로자 30만 명을 포함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남북한 근로자 35만여 명을 무료 진료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지난 2019년 연세대 국학연구원 요청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개성병원 관련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연세대 국학연구원은 정부 사업의 하나로 ‘평화통일운동과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주제로 대북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구술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자료관이 연세대 국학연구원으로부터 그린닥터스 개성병원 관련 정근 이사장의 구술 자료 등을 넘겨받아 이번 자료집 출간과 함께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한국구술자료관 ‘아카이브(Archives)(평화통일과 남북교류)’에 보존해서 온라인을 통해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에 대한 정근 이사장의 구술 자료를 일반국민과 공유하고 있다. ‘아카이브’는 정부나 관공서 등의 공문서와 사문서를 웹사이트 상에서 기록하고 보관하는 기록보관소를 뜻한다.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의 기록을 아카이브로 보존하려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은 1978년 창립된 우리나라 중심 연구기관으로서 우리 민족이 이룩하고 축적해온 문화와 전통에 대한 학술적인 정리와 연구를 하는 기관이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현대한국구술자료관에서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을 비롯한, 정치인 예춘호씨 등 412명의 구술 자료를 온라인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그린닥터스를 통해서 북한 개성공단에 간 의사들이 거의 6천명에 육박하거든요. 그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을 진료하면서 ‘아! 우리가 생각했던 북한이 아니구나. 우리는 같은 민족이네.’ 그런 마음을 갖게 됐고, 이게 확산되면 통일에 대한 국민운동으로 승화할 수 있어요. 통일 운동은 ‘통일하자!’ 하고 말로만 부르짖을 게 아니라 피부로 느껴져야 하거든요. 그런 일이 의료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거예요. <책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에서 정근 이사장 구술, 225쪽>”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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