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는 것은 ‘병적 어지럼증’이다.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 구토, 이명,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복시 현상, 발음 장애, 얼굴이 창백해지며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병적 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눈 앞이나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 드는 회전성 어지럼증(현훈증)은 대부분 귓속 내이에 있는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흔히 이석증이라 불리는 양성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데, 전정기관의 난형낭과 구형낭에 있는 이석이 반고리관 내에 들어가 생긴다. 이석증 이외에도 전전신경의 염증에 의한 전정신경염이나 림프액의 압력이 증가하면서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메니에르병도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 질환 중 하나다.
전정 질환 이외에도 최근 주목 받는 어지럼증 중 하나로는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PPPD : Persistent Postural-Perceptual Dizziness)'이 있다. 만성 어지럼증 중 하나인 PPPD는 어지럼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환자의 일상을 방해한다. 어지러움 증상은 대개 심하진 않으나 머리가 흐릿하거나 무겁다고 느끼기도 하고 초점이 안 맞는다고 느끼거나 배를 탄 것 같은 울렁거림이나 출렁임을 느끼기도 한다. 주로 서 있거나 움직일 때 어지럼증이 심해지거나 차를 운전하거나 책이나 모니터, 휴대폰 등을 볼 때 어지럼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증상이 일정하진 않기 때문에 때로는 증상이 덜하거나 없기고 하고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PPPD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 따로 있지는 않다. 특별한 이유 없이 1~2주 이상 어지럼증이 지속되면 전문의의 신경학적 진찰 외에 비디오안진검사, 두부충동검사, 전정유발근전위검사, 청성뇌간반응검사, 청력검사, 자율신경기능검사,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뇌 MRI 및 MRA 등 필요한 검사들을 통해 다른 어지럼증과 PPPD를 구분하게 된다. PPPD가 다른 질환과 함께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이 발생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PPPD는 어지럼증이 지속됨에 따라 환자에게 일상 생활의 장애는 물론, 불안장애나 우울증까지 생기는 경우도 많아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PPPD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요법 등을 적절히 진행하면 빠르게 개선되므로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 시기를 앞당겨야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정밀 검사로 어지럼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 바란다.
(글 : 천안 이앤오신경과 이보람 원장)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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