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로는 알 수 없는 척추관협착증의 진짜 차이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영상 소견을 가진 환자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겪는 통증의 강도나 일상생활의 제한 정도가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무증상으로 지내는 반면, 또 다른 이는 수십 미터도 걷지 못할 정도로 저림과 당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모두가 노화의 일부로 겪는 변화라면, 왜 일부는 버텨내고, 일부는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걸까?

또한 허리 깊숙이에서 척추를 지탱하는 심부근육이 약해지면, 척추의 안정성이 떨어져 통증을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다. 특히 운동량이 적고 근육 퇴행이 빠른 고령 여성은 이러한 기능 저하가 두드러지며, 체형 불균형이나 골반 기울기 등이 통증을 더 악화시킨다.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원장은 “MRI에 나타난 협착의 정도만으로는 증상의 심각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환자의 근력, 체형, 통증에 대한 민감도, 일상 활동 능력 같은 기능적 요소들이 훨씬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척추전방전위증, 디스크 돌출, 관절 비대 같은 병변이 함께 있을 경우, 신경 압박은 더욱 심해지고 치료 반응 역시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척추관협착증의 치료는 단순히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척추를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 초기에는 신경차단술 같은 주사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이후에는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자세를 바로잡는 운동이 필수적이다. 특히 플랭크나 브릿지처럼 코어를 안정화하는 운동은 척추의 부담을 줄이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체중 조절과 잘못된 생활 습관 교정까지 더해져야 단순한 통증 해소를 넘어 협착증의 재발과 악화를 막는 근본적인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인의 허리를 숙이게 만드는 질환으로 만성적인 척추 통증을 겪는 환자들 중 상당수는 허리를 굽힌 자세가 고착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허리를 굽히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 허리 굽힘 자세가 누적되면서,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는 경직되고 염증은 만성화된다. 이때 염증이 신경 주위까지 번진 경우에는 신경성형술과 같은 시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시술을 통해 눌린 부위를 직접적으로 풀어주면 급격한 통증 완화와 함께, 굽은 허리를 펴는 움직임도 훨씬 수월해지는 경우가 많다.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거나 걷는 데 큰 불편을 겪는 경우에는, 절개를 최소화한 양방향 척추내시경 같은 보다 적극적인 척추관협착증 수술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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