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의사들의 슬개골수술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의학적 연구에 대해서는 해외나 우리나라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오히려 해외 학회가 더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다만 한국에는 슬개골 관련 케이스가 많아 임상 경험이 축적되어 우리나라 수의사들의 실력을 향상시켜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토이푸들, 포메라이안,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등 슬개골 탈구에 취약한 소형 반려견이 많고 더군다나 마당이 없는 아파트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실내생활을 주로 한다. 신체 골격이 작고 다리 뼈가 얇은 소형견의 특성과 딱딱하고 미끄러운 바닥에서 주로 지내야 하는 생활환경의 영향이 합쳐져 국내 소형견의 다수가 슬개골 탈구, 고관절 이형성, 척추질환 등과 같은 골격계 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높은 의자나 침대, 가파른 계단은 무게 하중을 무릎 관절에 집중시키고 부족한 운동으로 인해 과체중이 되기 쉬워 발병률을 높인다. 국내 반려견의 70~80% 특히 5kg 미만 소형견은 무려 90% 정도에서 증상을 앓는다고 한다.
드물지만 고양이에게도 슬개골 탈구는 일어날 수 있다. 높은 곳을 자주 뛰어 오르내리면서 달리기 놀이를 즐기는 활동적인 반려묘라면 근골격계 질환은 드물지 않게 나타나며 주로 골절, 고관절, 십자인대파열이 일어나지만 정향 신체 검사상 슬개골탈구인 경우도 종종 진단된다.
최근에는 반려견에게는 산책을, 반려묘에게는 운동을 많이 시키고 실내 활동 동선에는 푹신하고 미끄럽지 않은 바닥으로 교체하는 등 골격계 질환 예방에 노력하고 있지만 유전적 소인으로 인한 골격계질환 역시도 무시할 수 없다.
검진을 받아봐야 할 증상으로는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했을 때 톡톡 튀는 증상이 보인다 △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을 호소한다 △앉는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고 무릎이 바깥쪽으로 향한다 △걸음걸이가 불규칙하다 △다리를 절거나 들고 다닌다 등이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검진 후 슬개골탈구가 진단되었다면 대부분은 수술을 요하는 상황일 것이다. 슬개골 수술법은 크게 연조직 재구성과 빼 재구성 두 가지로 나뉘는데, 연조직 재구성은 인대절단술, 대퇴근막중첩술, 외측인대중첩술, 회전방지 봉합술, 내측근막완화술 등이 있으며 뼈 재구성은 활차구 성형술, 경골 조면이동술 등이 있어 탈구의 단계와 상태에 따라 조합하여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1기의 경우 근막중첩, 경골회전방지 봉합 정도로도 가능하고, 2기부터는 활차성형술이 추가로 시행 되어야 한다. 3기에는 경골회전방지봉합 대신 경골결정변위를 시행할 수도 있으며 내측인대절단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마지막 4기에는 3기까지의 방법 이외에 사두근 분리와 슬개골 이탈을 잡아주는 인공인대 형성 등을 사용해 교정한다. 3∙4기에서 많이 시행하는 조면이동술은 인위적으로 골절을 시켜 정상부위로 이식하는 수술법으로 대퇴골 및 슬개골의 성형이 필요하며 소형견 이상의 개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특수장비가 필요하고 수술법이 복잡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수술이다.
반려동물에게 슬개골이 무리 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지만, 증상이 발현되었다 하더라도 보호자들이 아이들에게 잘못 했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소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관찰하면서 조금의 이상이라도 보인다면 빠른 시일 내로 검진을 받아보자. 한국 수의사들의 실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으니 조기 발견할수록 무리없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러브펫동물병원정상우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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