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 강북삼성병원 당뇨혈관센터장
다행인 것은 환자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당뇨법 치료법도 빠르게 발전 중이라는 것이다. 강북삼성병원 당뇨혈관센터는 그 새 치료법의 적용에 최일선에 선 곳의 하나이다. 헬스인뉴스는 첫 인터뷰이로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이원영 교수를 만나 빠르게 늘고 있는 만성질환, 당뇨병 정복의 실마리를 모색해 본다.
Q. 당뇨병 대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내 당뇨병 증가율이 가파른데, 원인을 꼽자면?
예전 1960~70년대의 우리나라에서는 당뇨병 환자가 매우 적었다. 하지만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서 과체중 및 비만이 현저히 늘어났으며, 이와 비례해서 당뇨병의 발생도 증가했다.
물론 국내의 비만 정도가 서양에 비해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들은 유전적으로 인슐린분비능이 약해 당뇨병 발생에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비슷한 체질량지수를 가지는 조건에서도 서구인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훨씬 높다 즉, 체중증가에 따라 당뇨병이 상대적으로 쉽게 발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Q. 최근 20~30대에서도 당뇨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무엇인지, 또 젊은 연령에서의 당뇨병의 특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당뇨병은 연령이 증가될수록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 국내 자료를 보면 젊은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음을 실감한다.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30~40대 당뇨병 환자가 전체 당뇨병 환자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소아청소년 비만이 늘어난 것으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유전적으로 당뇨병 소인이 있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과체중에 노출돼 당뇨병으로 이어지는 것이 젊은 당뇨병 발생원인 중 하나다.
문제는 젊은 연령에서 나타나는 당뇨병은 사망률이 비교적 낮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 센터 연구진이 630만 명 한국인의 7년간 종적자료를 분석하여 논문에 발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20~39세군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군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당뇨병 전단계는 1.03배, 당뇨병이 새롭게 진단된 군에서는 1.74배 높았다. 또 당뇨병 진단 후 5년 미만 군은 2.06배, 당뇨병 진단 후 5년 이상 군에서는 2.25배 높았다. 반면, 65세의 이상 그룹에선 당뇨병이 없는 군에 비교한 사망위험도가 당뇨병 전단계 1.04배, 당뇨병이 새롭게 진단된 군 1.36배, 당뇨병 진단 후 5년 미만 군1.5배, 당뇨병 진단 후 5년 이상 군 1.72배였다.
젊은 연령에서의 당뇨병은 그 자체만으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으며, 젊은층에서도 당뇨병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Q. 최근 당뇨병의 치료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큰 변화를 집어주신다면?
일단 연속혈당측정기의 개발과 적용 확대를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당뇨병 환자들은 스스로 손끝에서 피를 내 혈당을 체크하는 자가혈당검사를 수시로 시행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연속혈당측정기가 쉽고 간편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발되면서 환자분들의 삶의 질을 크게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연속혈당측정기 센서를 부착하고 있으면 취침, 샤워, 운동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혈당이 자동으로 체크돼 자가혈당검사 횟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1형 당뇨병 환자, 2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인슐린 및 약물치료로 혈당조절이 안되거나 저혈당이 자주 생기는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약제치료 면에서도 ‘인크레틴 주사제’, ‘SGLT2 억제제’ 등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되어 임상에서 사용 중 이다. 주1회 만 주사하면 되는 인슐린의 연구도 임상연구 막바지에 도달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매일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벗어날 수 있어 인슐린 치료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에 국내에서 승인된 하이브리드 ‘인공췌장시스템’도 최신의 당뇨병 치료법으로 향후 많은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패치형 인슐린펌프, 일체형 인슐린 펌프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가 한 기기에 있는 소형 펌프), 또는 기존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인공췌장이 개발 중이고 개발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더 기대가 되고 있다.
Q. 그 중 ‘인공췌장시스템’이 당뇨병 치료에서 핫 이슈다. 어떤 치료법인가?
앞서 말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펌프를 연동한 치료 시스템이다. 인슐린 펌프는 정해진 시간 자동으로 인슐린이 투여되는 기기다. 피하지방에 주사바늘을 꽂고 있으면 부착된 펌프에 저장된 인슐린이 일정 주기로 적정량 주입된다. 매번 인슐린을 주사하지 않아도 돼 편리성이 높다.
이전에도 인슐린 펌프와 연속혈당측정을 연동한 ‘센서 연동형 인슐린 펌프’가 개발돼 효과를 입증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혈당을 보며 직접 인슐린 용량을 설정해줘야 하는 등 한계점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는 혈당의 수치가 일정이상 내려가면 인슐린 주입이 멈춰지는 기능이 적용됐다.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의 혈당값을 인지하여 펌프 스스로 자동적으로 인슐린 용량을 결정해주는 제품들이 개발됐다. 이를 하이브리드 ‘인공췌장시스템’이라고 한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몇 년 전부터 상용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작년 승인되어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현재 1형 당뇨병 환자에서는 펌프·레저버·주입세트, 2형 당뇨병에서는 레저버와 주입세트가 보험적용이 된다.
다만 아직은 기저인슐린 용량만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하이브리드 인공췌장으로서, 완전한 인공췌장시스템은 구현되지 않은 상태이다. 높은 비용과 복잡한 작동법 등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빠르게 발전이 이뤄지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공췌장시스템은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1형 당뇨병 환자들과 혈당조절이 안되며 저혈당이 반복되는 일부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센터는 2020년 인공췌장클리닉을 개설해 적응증이 되는 환자들에게 정확하고 효율적인 적용을 돕고 있다.
Q. 이 같은 치료법 개발이 지금의 당뇨병 치료 모습을 바꿀 것으로 보는지?
당뇨병의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이나 당뇨병의 치료법 또한 빠르게 발전 중이다. 앞으로 당뇨병의 치료는 지금과도 여러모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어떤 기술적인 발전이 이뤄져도 당뇨병 치료의 기본은 식습관, 운동을 비롯한 생활습관의 개선이다.
어떤 기술 개발도 이 같은 습관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며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없다.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 자가혈당측정 등이 필요하다. 의료진을 믿고 상의하며 혈당과 건강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왕도라고 당부하고 싶다.
정확한 정보도 중요하다. 병원에서 진행하는 당뇨병교실을 통해 정확한 관리법을 익히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을 잘 받은 환자분과 그렇지 않은 환자분의 예후 차이는 크다.
코로나 등의 문제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도 있는데, 우리 센터의 “S입원노트” 등 당뇨병 관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Q. 새로운 당뇨병 치료법 적용에 문제점이나 우려점은 없는지?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책이 임상 현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할 때 환자에게 집중 교육이 필요한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의료진이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슐린 펌프 등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수록 환자 1명에게 필요한 교육과 진료 시간이 늘어나는데, 지금의 의료수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들 장비는 의료진의 교육 없이는 제대로 된 사용이 어려운 만큼 원내 의약품처럼 처방이 가능하도록 급여체계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이뤄지지 않는 1형 당뇨병의 ‘중증난치성질환’ 지정도 대한당뇨병학회에서 강조하는 내용이다. 1형 당뇨병은 난이도가 높아 1차 의료기관에서 다루기 어려운 데도, 중증난치성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아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 이용 및 치료비 지원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 이 같은 문제가 개선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당뇨병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 중이다. 정책이 이에 발맞춰 속도감 있고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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