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숙 서울금연지원센터장
하지만 낮아지는 성인 흡연율과 달리 청소년 흡연율은 2016년 6.3%에서 2019년 6.7%(보건복지부 청소년건강행태조사)로 도리어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청소년의 흡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소년 금연에 대한 접근 방향과 향후 금연 정책에 대한 견해에 대해 이강숙 서울금연지원센터장에게 물어봤다.
Q. 먼저 서울금연센터와 대표적 프로그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2015년 설립된 서울금연지원센터는 전국에 17개 금연지원센터 중에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센터로 서울시민의 금연 시도와 성공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흡연율 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점이 크다. 시간적 제약, 사회적 편견 등으로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등 기존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청소년, 감정노동 여성, 장애인, 중소규모사업장 근로자, 저소득층 흡연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또한,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에 성공하기 어려운 중증・고도 흡연자를 대상으로 전문치료형 금연캠프도 운영한다. 서울성모병원에 입원실을 확보하여 4박5일 동안 전문적 금연치료 및 집중상담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외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상담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역사회 금연사업 지원·관리팀에서는 보건소, 교육청 등 지자체 사업지원 및 지역 내 금연사업 간 연계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 및 운영을 하고 있다.
Q. 서울금연지원센터의 그간 성과를 소개한다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센터의 찾아가는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은 대상자는 15,909명이며, 금연캠프에 입소했던 대상자는 3,254명이다. 또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원환자 대상 금연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은 대상자는 1,447명을 기록한다. 대부분은 금연이 필요함에도 사회적 환경 혹은 질환 등으로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금연을 할 수 없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그저 금연이 중요하니 금연하라고 권하기만 했다면 결코 성과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에게 맞는 접근법을 통해 금연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흡연격차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센터가 이 같은 흡연격차 해소에 그만큼 기여했다고 믿는다.
물론 일반 서울시민을 위한 금연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서울시청,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25개 구의 보건소와 협력하여 금연협의체를 결성하였으며, 꾸준한 캠페인을 펼쳤다. 그 결과 지난 7년간 서울시 흡연율은 23%에서 17%까지 내려갔다.
또 하나의 성과로 학문적 연구를 들 수 있다. 센터는 사업에만 그치지 않고 이 결과를 활용해 금연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 여러 논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학문적 성과는 향후 금연 정책과 프로그램 운영 등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금연은 반복되는 결심으로 불릴 만큼 성공이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금연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은 중독성이 강하다. 니코틴 농도가 낮아질 때 금단증상을 일으켜 금연을 어렵게 만든다. 자세히 말하자면 흡연 후 30분에서 2시간이 지나면 니코틴이 분해되어 흡연자는 금단증상을 느끼게 되는데, 그 증상은 짜증, 분노, 불안, 우울감 같은 것들이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느끼는 증상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울 때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금단증상이 해소되는 것뿐이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게 된다.
사회적 이유도 있다. 흡연자 간의 유대감이다. 직장 동료, 선후배, 친구 등의 무리에서 흡연자들은 흡연을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유대감을 끊을 수 없어 금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적으로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정보 및 사회적 인식 등이 재고돼야 효과적은 금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Q. 성인 흡연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청소년 흡연율 등은 증가 중이다. 증가 원인은 무엇이며, 성인과 어떤 점에서 차별되는지 궁금하다.
청소년의 절반가량(50.8%)이 호기심으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해 고객으로 만들려는 담배회사들의 잘못된 마케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800만명이 담배사용으로 인해 사망한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지면서 담배를 멀리하게 된다. 이에 담배회사들은 비교적 건강을 염려하지 않는 세대, 즉 젊은층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하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사회적 유대감을 매우 중시하고 무리에서 학습하는 사회학습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즉 친구가 단배를 피우면 같이 피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 한번 흡연이 유행하면 흡연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흡연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흡연의 폐해가 크다는 점이다. 니코틴 의존도가 커져, 평생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각종 폐질환 및 혈관질환에 시달릴 확률도 커진다. 또 신체적 성숙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 등의 독성물질을 접촉할 경우 불안, 우울 등 정신적 장애도 유발될 수 있다. 하지만 성장기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당장 특별한 신체적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흡연을 지속하게 되고 니코틴 중독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청소년기 흡연은 가급적 빨리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
Q. 청소년 흡연율의 증가로 가향담배 전자담배 등이 지목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전자담배 피울 때 담배 특유의 냄새가 없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담배회사들은 교묘하게 전자담배가 유해성이 없는 것처럼 광고하고 멋진 디자인이나 향기로 현혹한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공인된 근거는 없다. 전자담배도 담배의 일종으로 중독을 야기하고 사용 시 건강에 유해하다는 뜻이다.
전자담배의 가장 큰 문제는 흡연의 진입을 쉽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담배 접근성을 높인다. 일반 담배는 부담스러워하는 청소년들도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거북함을 들어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하거나, 금연을 포기하고 전자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
Q. 청소년 금연을 위해 어떤 정책적, 또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첫째, 담배제품 및 배출물의 성분공개와 분석, 가향물질의 첨가금지 및 공개 등의 담배규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둘째, 담배 마케팅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 ‘포괄적 금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담배회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후원과 판촉을 금지하고 TV, 인터넷 등 각종 미디어에 담배 또는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장면을 내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명인들에 대한 담배회사의 후원도 막고 소셜미디어 프랫폼이나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도 규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셋째, 담배갑 경고그림을 확대하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화려한 디자인의 담배갑 대신 색상 디자인을 표준화하는 민무늬 담배갑(plain package)을 도입해야 한다. 청소년이 자주 방문하는 담배소매점 에서의 담배광고나 진열을 금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에서만 보이지 않게 가리는 방식은 금지 효과가 없다.
넷째, 간접흡연을 예방하기 위하여 절대 금연구역을 확대해야한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갈 때 흡연율을 급격히 증가한다. 이때는 흡연을 하지 않는 이들도 간접흡연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이 시기를 보내는 대학교의 경우 울타리 안 전체가 금연구역(Tobacco Free Campus)이 되어야 한다.
Q. 향후 센터의 계획이나 새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올해 지역사회 금연사업 지원·관리팀에서 ‘서울시 내 아파트 금연환경조성’ 사업을 기획했다. 서울시 3,779단지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우리는 담배 없는 아파트를 꿈꿉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시민과 함께 금연 캠페인과 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진행한다. 연말에는 평가기준에 따라, 금연환경조성 결과가 우수한 아파트 총 6곳을 선정하여 서울시장의 표창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아파트, 빌라, 다세대 주택 등 공공주택의 금연환경조성 문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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