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
한편으로는 올 겨울 코로나19 외에도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동시 확산, 일명 멀티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호주에서의 인플루엔자 유행, 미국의 소아 ARV 급증, 국내 폐렴 환자 증가 등 조심도 심상치 않다는 것.
어찌되었든 이번 겨울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주요 분기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시점에서 올 겨울의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협과 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을 알아보자.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에게 물어본다.
Q. 단도직입, 이것부터 여쭤야 할 거 같다. 올 겨울 큰 코로나19 웨이브가 올 것이라는 경고가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누구도 이에 대해서 정확하게 예언할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자체가 매우 변이가 쉬운 바이러스로 지금도 전파과정에서 새로운 변종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 방역 시스템 등이 부족한 의료 취약국에서 생각지도 못한 변종이 불쑥 튀어나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국내로 한정하여 상황을 파악한다면, 올 겨울 낮아진 기온에 감염자가 늘더라도, 아주 우려할 만큼은 아니지 않을까 추측한다. 바이러스변이는 통상적으로 변이를 거치며 전파력을 강해지는 대신 독성 즉 치명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오미크론 BA2 이후 변이의 정도도 크지 않았다. 유의미하게 다른 변종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예방백신접종과 감염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형성된 기존의 항체가 어느 정도 작용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Q. 코로나19 외 다른 미국의 영유아 인플루엔자나 호주의 인플루엔자 유행, 국내 노령자 폐렴 사망 증가 등의 예를 들며 다른 호흡기바이러스질환의 동시 유행인 이른바 ‘멀티데믹’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실내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 등 방역문화가 자리잡혔다. 덕분에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도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다. 따라서 지금처럼 적절하게 방역 수칙을 잘 이어나간다면, 올 겨 큰 감염 웨이브 혹은 멀티데믹 등의 위험을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완전한 겨울이 오지 않았으므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호주 등 다른 나라의 호흡기바이러스유행 상황 등을 예의 주시하며 대비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호흡기 바이러스는 언급한 것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더 있다. 이런 중 드물게 일년내내 활동하는 것도 있으나 보통은 계절을 탄다. 주로 환절기나 겨울에서 잘 감염이 잘 일어난다. 재미있는 것은, 하나의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다른 바이러스 질환의 감염률을 낮아진다는 점이다. 마치 A와 B 바이러스가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하나의 바이러스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바이러스가 유행이라면, 우리의 몸의 면역반응이 B바이러스에 작용해 이것의 감염을 억누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의 선택이다. 다른 말로 ‘템포러리 임뮤니티’(Temporary Immunity)라고도 한다. 이런 이유로 여러 호흡기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는 일은 드물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의 시즌은 12월 초부터 다음해 5월까지다. 그래서 인플루엔자 주의보는 보통 12-1월경에 발령됐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난 2년 동안 인플루엔자의 유행은 1월 이후로 밀려났다. 동시에 유행을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예를 보여주는 것이다.
Q. 긍정적인 답변에 마음이 놓인다.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부스터샷)의 접종률이 낮은 점은 어떻게 보시나?
코로나19의 사망률이 낮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감기나 독감 등에 비해 사망자가 많다. 건강 지표 중 겨울철 사망률이라는 지표가 있다. 인플루엔자, 결핵 등 겨울기간 발생하기 쉬운 호흡기바이러스감염 등으로 인한 인구사망비를 보여준다. 이 같은 인구 사망비는 선진국일수록 지표의 신뢰성이 높다.
그리고 겨울철 사망비는 그해 백신접종률과 직결된다. 백신의 접종률이 높은 해는 사망률이 줄고 백신접종률이 낮은 해는 사망률이 올라간다. 겨울철 호흡기바이러스의 가장 확실하고 분명한 대비가 백신이다.
코로나19, 인플루엔자 그리고 노인의 경우 폐렴 예방 백신까지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타깝게도 지지난해 인플루엔자 백신의 일시적인 안전성의 문제가 생겨 접종률이 낮아졌으나 다음해 다행히 회복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사망률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려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백신 접종을 잘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방역당국이 보다 백신접종의 이점에 대해 알리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Q. 백신 접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부작용이 꼽혔다. 실제 부작용 정도는 어떤가?
솔직하게 말을 하자면 다른 백신과 비교했을 때 이상반응이 적은 편은 아니다. 도리어 좀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하지만 아주 심각한 부작용 즉 심근염, 아낙필락시스, 뇌염, 갈랭바래 증후군 등의 이른바 중대 부작용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다보니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부풀려진 감이 있다.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수많은 외래환자를 만나고 검사했으나 실제 심근염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모든 백신은 어느 정도의 부작용 위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백신 부작용과 백신 비접종의 이해를 따졌을 때 백신 접종이 더 유리하다면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 때의 중증도가 나타날 확률이 백신 중대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을 훨씬, 비교되지 않게 더 높게 상회한다. 그렇다면 백신을 맞는 게 맞다.
물론 그렇다고 집단을 위해 모든 개인에게 백신을 맞으라 강요할 수는 없다. 당국이 백신 부작용 사례 인정과 정보 공유를 바르고 정확하게 하는 등,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 역시 이 주제를 너무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도록 하며, 의료인들도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접종필요성을 설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Q. 코로나 종식과 코로나 공존, 향후 미래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
당장 오는 새해에는 사라질 것이라고 답하고 싶으나, 아마 그렇게 빠르게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코로나19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던 2020년에 비해 사회가 안정을 찾아가듯 바이러스와 함께 지내며 차츰차츰 상황이 나아지는 모습이 되지 않을까? 그러다 사라질 것이다.
모든 바이러스질환의 유행이 그러하듯 코로나19 유행도 언젠가는 종식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코로나19 이외에도 다른 바이러스감염증이 순차적으로 올 수 있다. 우리가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바이러스 질환만 해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이다. 3~5년 주기로 새로운 바이러스감염증 유행이 돌아왔다.
이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메르스의 뼈아픈 교훈으로 코로나19에 빨리 대응할 수 있었던 것처럼, 코로나19를 기회로 바이러스 감염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문화를 갖춰 놓아야 한다.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바이러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적인 대비도 필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바이러스 공존사회일 것이다.
Q.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시면서 감염병 전문가로서 많은 생각이 드셨을 것 같다. 소회를 밝혀주신다면?
재난의 원인은 항상 알 수 없고 그 발생도 대부분 불가항력적이다. 물론 철저한 방비로 최소화 할 따름이다. 이런 재난은 원인을 따지기보다 힘을 합해 효과적으로 잘 넘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도 그런 종류다. 국가, 지역, 세대 등을 나눠서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은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매우 훌륭한 태도를 보여주셨다고 생각한다. 보건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며 협조했고 관련산업계에서는 진단시약, 백신 치료약을 개발하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때론 세계적으로 높은 감염률을 기록하면서도 사망자가 적었다. 방역당국과 의료계는 이번에 일들을 유산삼아 감염질환과 재난 등에 대한 체계를 구축하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럼에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들이 정신건강 면에서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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