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하면 항문에서 살 덩어리가 밀려나오는 치핵만 생각하지 쉽지만, 치질은 치핵 외 항문의 생기는 주요 질환인 치열, 치루, 항문 소양증 등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연말연시에는 평상 시보다 음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질이 생기거나 악화되기 쉽다. 치핵은 항문 주변 정맥의 비정상적인 확장과 정맥을 고정하는 결합조직이 느슨해지면서 발생하는데, 음주는 혈관을 확장시켜 항문의 피부나 점막이 부풀어 치핵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음주와 함께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으로 변비나 설사가 잦아지면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치핵 초기에는 항문 주위 가려움증, 작열감,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렇게 치질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 발견 시 온수 좌욕이나 약물 복용 등의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항문 밖으로 튀어나온 혹을 손으로 직접 집어넣어야 하는 경우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악화가 되었다면 치핵을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하다. 치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잦은 음주는 치루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치루는 몸 속 항문과 직장을 구분해 주는 치상선 부위가 세균이 감염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곪는 것이 원인이다. 곪으면서 항문주위 농양이 만들어지고, 농양이 만성화 되면서 피부를 뚫고 나오는 고름 통로가 생기는 것이 치루다. 몸살 같이 증상과 함께 항문 주위가 갑자기 부어 오르면서 통증이 있거나, 항문 주위 악취, 노란 고름이 나온다면 치루로 의심해야 한다. 고름이 생겼을 때 빨리 수술로 배농하지 않으면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괄약근에 염증이 퍼지면서 괄약근 손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방치하면 고름이 나오는 구멍이 막히고, 다시 고름이 생기면서 또다른 치루관이 만들어지는 복잡치루로 악화될 수 있다.
치질 의심 증상이 있을 때 병원 진료가 부끄러워 치질 연고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치질약을 복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검증되지 않는 유사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부적절한 약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글 : 서울장문외과 대장항문클리닉 송호석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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