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혜병원박경우원장
서울광혜병원박경우원장
A씨(50대, 직장인)는 최근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야근과 해외 출장으로 바쁜 일상을 보냈다. 근육통과 함께 옆구리 쪽으로 오돌토돌한 물집이 나타났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들더니 급기야 옷을 입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다. 검사 결과 ‘대상포진’을 진단받았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저하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A씨와 같이 잦은 야근이나 수면 부족, 피로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화되면서 발생하기 쉽다.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며 나타난다. 바이러스는 신경을 따라 피부에 띠 형태의 물집을 일으킨다. 발진은 얼굴, 가슴, 등, 옆구리, 허벅지와 같이 신경절이 분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몸의 편측으로만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피부에 나타난 수포는 2~4주 내에 고름이 차고 딱지로 변하면서 사라진다.

초기 증상으로는 몸살, 근육통, 발열, 두통 등의 가벼운 증상이 있어 감기와 같은 단순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물집이 잡혔던 부위를 따라 심한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나타난다. 칼로 베는 듯한 느낌, 바늘로 쿡쿡 지르는 듯한 느낌, 불에 타는 듯한 느낌 등의 극심한 신경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초기에 제대로 된 치료나 관리를 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같은 후유증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통증이 지속되며 통증 양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벌레가 기는 듯한 이상감각이나 통각과민이 생기기도 하며, 만성통증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발진이 나타난 72시간 이내의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에는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약물치료나 신경차단요법을 시행하게 된다. 신경차단요법은 병변이 생긴 신경 부위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 급성 통증을 줄이고 통증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이미 신경통이 나타난 경우라면 저하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약물치료나 생체전류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상시 면역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적정 체온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 및 식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50대 이상이라면 백신을 접종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가벼운 운동이나 피로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글 : 광혜병원 박경우 원장)

저작권자 © 헬스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