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심포지엄 개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목소리 직접 듣는 자리 마련... 2차 건보 종합계획 앞두고 정부, 환자단체, 업계 전문가 의견 게진

5일열인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중증·희귀질환자중심건강보험재정개편방안'심포지엄패널들.(왼쪽부터)보건복지부손호준보험정책과장,유미영건강보험심사평가원약제관리실장,어윤호데일리팜기자,서정윤매경헬스기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대외협력이사),김미경한국글로벌의약산업혁회고문,정진향(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사무총장,백진영한국신장암환우회대표,강진형미래건강네트워크이사(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종양내과교수)
5일열인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중증·희귀질환자중심건강보험재정개편방안'심포지엄패널들.(왼쪽부터)보건복지부손호준보험정책과장,유미영건강보험심사평가원약제관리실장,어윤호데일리팜기자,서정윤매경헬스기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대외협력이사),김미경한국글로벌의약산업혁회고문,정진향(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사무총장,백진영한국신장암환우회대표,강진형미래건강네트워크이사(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종양내과교수)
일반적으로 한국의 의료환경은 매우 뛰어난 편이라고 평가되지만, 이 평가는 중증희귀질환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의학 및 제약 기술의 발달로 획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신약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 신약 출시율 및 급여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항암제 및 희귀질환 신약이 글로벌 출시 후 한국에 비급여로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 역시 약 27~30개월 정도로 영국, 독일(12~15개월) 등에 비해 2배의 기간이 소요된다. 급여 혜택을 보려면 4년 가까이 걸린다. 그나마도 급여화 중간에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급여를 철회하는 신약도 수두룩하다.

신약의 국내 도입 혹은 급여화만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은 가다림과 부담으로 애가 타 들어간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하반기 발표될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 에 지속가능성 제고와 필수의료 강화, 그리고 신약의 접근성 개선 등에 방점을 찍고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 5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는 '중증·희귀질환자 중심 건강보험재정 개편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환자단체와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목소리와 건보재정 개편 방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는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 국정과제 그 이후’를 주제로 환자단체장 관점에서 본 중증질환자들의 보장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비급여화 약제 사용에 연간 1억원이 들기도 하는데 그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보다 신약 급여화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내 신약 급여화의 문제로 △복잡하고 뒤처진 약가 제도,△1차·2차 약제의 복잡한 허가와 급여기준 △명확하지 않은 비급여 약제 지원프로그램의 범위 △특별 지원제도의 시각 등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건강보험 보장성의 우선순위와 의료전달체계의 개편, 제약사 협상 및 건강검진 효용성 재평가 등을 제시했다.
이후에는 실제 암을 비롯해 중증·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첫번째 환자 사례 발표에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31개월 아이의 엄마인 임채원씨가 무대에 올랐다. 임씨는 “팔다리의 움직임이 쳐지는 아이가 척수성근위축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3년전 승인이 된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었고, 지금도 투병 중이지만 엄마 손을 붙잡고 서 있는 아이를 볼 수 있게 된 것 만으로도 기적이 이뤄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이 없었다면 평생 4개월마다 주사치료를 맞아야 했을 것”이라며 “다른 환우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자는 중증 천식 환자인 김용진씨였다. 김씨는 천식 진단을 받은 이후 증상이 심각해지면서 한 달에 4~5번씩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올해 4월 중증천식 임상 실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신약 투여로 인해 예전의 삶을 되찾게 됐다”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임상실험이 끝나면 신약 투여가 중단되기 때문에 또 다시 질병의 고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부디 정부관계자들이 힘이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마지막 환자사례로 발표에 나선 사람은 폐암 4기 아내를 둔 임성춘씨였다. 임씨와 아내는 3세대 폐암 표적 항암제가 나왔지만 3년째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임씨는 지난 3년 동안 국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언론 인터뷰와 인터넷 카페 활동 등을 통해 환자 목소리를 높이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비급여로 인해 힘든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신속한 급여화에 대한 간절함을 호소했다. 그는 “급여화가 됐지만 경제적 타당성 평가 때문에 여전히 몇 년 째 매월 약값으로만 600만원을 쓰면서 경제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태”라며 “심평원을 비롯해 급여를 책임지는 정부 관계자들이 국민을 먼저 살리는데 앞장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부 마지막 발제자인 안희경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곽명섭 김앤장 변호사는 중증·희귀질환 보장성 강화와 건보재정 개편 win-win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안 교수는 허투(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사례 소개로 발표를 시작하며 유방암 항암 신약의 국내 허가와 급여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항암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는 신속하고 간소한 승인과 급여를 통해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급여로 가는 관문에 대한 재검토와 다양한 본인부담제도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결국 누가 돈을 얼마나 더 낼 것인가의 문제인데 중증 환자와 경증질환자, 건강한 사람들, 제약회사, 정부 사이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변호사는 중증질환 관련 의약품 접근성과 건강보험재정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중증질환 등 약제비 현황에 대해 살펴본 후 중증약제 관련 건강보험 정책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의 약제 관련해 거시적 관점의 중장기 과제와 쟁점들을 공유했다.

2부 패널 토론에서는 민태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부회장(국민일보 보건의료팀 부국장) 이 좌장을 맡고 강진형 미래건강네트워크 이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교수),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 정진향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 김미경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혁회 고문, 서정윤 매경헬스 기자(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대외협력이사), 어윤호 데일리팜 기자, 유미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 손호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장이 패널로 참여해 중증·희귀질환자들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개편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토론에서 강진형 가톨릭대 종양내과 교수는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이 원하는 건강보험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며 “국민 10명 중 8~9명은 경증질환보다 암, 심장질환 같은 중증질환과 필수의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 국민이 원하는 건강보험 개혁 방향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원칙에 따라 중증질환과 필수의료 우선 보장으로 전환해야 하고, 의료약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의료안전망 기금을 조성해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의료기술과 신약에 대해서는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선등재-후평가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징해야 하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법정 지원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손호준 보험정책 과장은 “최종적으로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입장에서 오늘 논의한 내용들을 잘 반영하겠다”며 “건보제도가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선순환 구조가 잘 구성돼야 하므로 이러한 요구를 잘 수용해 종합계획이 수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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