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아림한의원노원점최정곤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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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 심해지는 시기가 왔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날씨 변화로 운동량이 줄어들고, 잠이 쉽게 들지 않는 불면증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늘어난다. 잠이 오지 않아 몸을 억지로 피곤하게 만드는 활동을 해보지만, 몸은 매우 피곤한데 잠이 더 안 오게 되는 것이다. 점차 만성적으로 잠이 전혀 오지 않는 상태로 진행되고, 수면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서 ‘수면 강박’까지 심해지는 양상이 된다. ‘오늘 또 잠을 못자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며 잠을 더욱 못 들게 되는 것이다.

불면증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입면장애와 수면유지장애, 조기각성장애다. 입면장애는 피곤해도 제 때 바로 잠이 쉽게 들기 어려운 양상을 이야기한다. 수면유지장애는 잠은 들기가 어렵지 않지만 자주 반복적으로 깨는 상태를 말한다. 조기각성장애는 수면유지장애와 비슷한데, 자다가 중간에 깨서 다시 아예 잠이 못 드는 증상이다.

불면증 즉 수면장애를 악화 시키는 이유에는 스트레스의 영향이 크다. 스트레스가 장기화될 경우, 몸의 신진대사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불면증에 특히 관련된 요소는 ‘혈당’과 ‘체온’이다.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혈당이 불안정해져서 두뇌 각성이 증가한다. 때문에 쉽게 잠이 들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체온 역시 불안정해져서 잠을 자야하는 시간에 체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 잠을 제 때 자는 일을 크게 방해한다. 여성의 경우 같은 이유로 갱년기 불면증이 많다. 갱년기가 오면 체온을 유지하는 여성호르몬의 저하로 인해 체온이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 역시 체온의 불안정에 의해 불면증이 나타나는 큰 요인이 된다. 갱년기 불면증이 다른 시기보다 훨씬 많이 나타나는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적절한 체온이 갱년기 이후에도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치료 및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불면증의 세 가지가 모두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주기리듬은 하루의 정상적인 신체적인 리듬을 말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8시간 정도는 두뇌와 신체가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고, 오후에서 밤까지의 8시간은 두뇌와 신체가 이완된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주기적인 리듬을 가지며, 밤에서 새벽까지 8시간 우리 두뇌는 잠을 잔다. 우리 몸은 매일 이러한 리듬을 반복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나 수면 습관이 불규칙해지면, 이러한 리듬이 깨어져 불면증이 일어나기가 쉽다. 해외여행을 장기간 갔다 와서 시차에 적응이 안 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러한 일주기리듬 기반의 불면증은 시차 부적응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불면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치료의 첫 번째 요소다.
불면증이 심해지고 있다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요가, 명상 같은 이완 운동들과 더불어, 가벼운 마사지나 목욕과 같은 것들도 불면증 치료에 상당한 도움을 주는 불면증 관리 방법들이다. 아울러 신체적 스트레스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 대개 불면증과 관련된 요소 가운데 일명 CAT라고 부르는, 카페인(C)-알콜(A)-담배(T)가 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두뇌를 각성시켜 수면의 리듬에 큰 악영향을 준다. 커피나 밀크티 섭취량을 줄이고, 알콜과 담배도 줄여야 불면증이 근본적으로 치료가 될 수 있다.

불면증 치료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우울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감정기복이 지나치게 심해지거나, 더 악화될 경우 감정이 둔화되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된다. 또한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나 업무를 하는 일에 자신감이 떨어져서 대인 기피증이 생기거나 업무에 대한 회피가 잦아진다. 더 심각해질 경우, 의욕이 떨어져서 아무 것도 못하는 양상으로 진행되는 악화 과정을 보인다. 자꾸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하는 식의 극단적인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이 우울증 환자들의 증상은 상당수가 불면증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울증이 점차 심해질수록 보통 잠을 자는 일이 힘들어지지만, 또 반대로 두뇌의 각성 호르몬이 저하되어 잠을 24시간 자더라도 제 때 잘 일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보인다. 수면에 심각한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머지않아 우울증이 올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수면의 질을 개선하여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다.

불면증은 업무의 실수나 만성적인 피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강박증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는 중요한 증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원이나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 제 때 개선이 되어야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치료가 쉽지 않거나 단기간에 완치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불면증과 우울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기를 당부했다.

(글 : 해아림한의원 최정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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