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 여성 앨리스 허프는 휴가를 다녀온 후 감기증상이 있어 인근 동네의원을 찾았지만 담당의사는 단순 부비동염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 차례 항생제와 코 스프레이를 처방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코 안쪽에서 출혈증세까지 보여 다른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녀의 CT검사결과 코 안쪽에 희귀한 선암종이 발견되어 종양이 뇌 부위로 전이되어 수술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코에 생긴 선암종은 비강을 따라 분비선에서 발생하는데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에 관여하는 뇌안면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제거하기가 매우 어려운 수술이다. 의료진들은 그녀의 얼굴 모형을 3D 프린팅하여 종양의 위치와 범위를 확인하고 제거할 방법을 찾아내고 수술 후 그녀의 얼굴 조직을 재건하는 계획까지 세우게 된다.
수술을 집도한 영국 노스미들랜즈 대학병원 NHNM(University Hospitals of North Midlands NHS Trust) 외과의사인 다야 가히르 교수는 “악성 선암종은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못하면 수술이 어렵고 항암 치료 등 완화치료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3D프린팅 기술로 환자얼굴 모형과 종양의 정도, 위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수술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수술이 의료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김정권 교수팀은 3D프린팅 신장모형으로 신장암 로봇수술을 시작했다. 신장암 로봇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더 정확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3D프린팅 신장 모형을 활용한 것이다.
일산 국립암센터 근골격종양클리닉 걍현귀 교수팀은 종양 등으로 제거한 뼈를 3D 프린팅을 이용한 인공 뼈로 대체할 수 있으며 국내 최초로 3D프린팅으로 만든 골반뼈와 대퇴골을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산업계도 활발하다. 맞춤형 수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애니메디솔루션은 최근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유방암 부분 절제 수술 가이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했다. 항암치료 후 영상으로 보이지 않는 잔여 종양 의심 영역까지 수술장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재발률을 줄이고 정상조직을 더 넓게 보호할 수 있는 원천기술에 해당한다.
의료계는 조만간 3D프린팅을 넘어 4D프린팅도 선보일 전망이다. 미국 미시간대 의대는 최근 어린아이에 목에 ‘풀리가 프로락톤(PCL)’소재 부목을 이식했다. 아이가 자라면 이식한 부목도 따라 자라게 된다. 다친 목이 안정된 3년 정도가 지나면 물에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재수술할 일이 없어진다. 우리나라 한국과학기술원(KIST) 연구센터는 4D 프린팅 깁스를 개발했다. 형상기억소재를 제작해 착용한 뒤 헤러드라이어 열을 가하면 팔과 관절의 형태에 맞게 깁스가 줄어들게 된다. 맞춤형 깁스가 가능하고 추후 열에 반응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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