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김성수 회장(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대한비만학회김성수회장(충남대병원가정의학과교수)
대한비만학회김성수회장(충남대병원가정의학과교수)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정의했다. 신체의 기능 이상을 유발하여 일상생활과 심지어 생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만은 현재 인류의 어떤 요소보다 심각한 질병이다. 게다가 이 질병은 재발이 쉽고, 만성질환처럼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데다, 국내에서 현재 어린아이들을 중심으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도 비만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희박한 편이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한국의 미용 다이어트 시장 등을 예로 들며 이를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하자면 ‘비만’을 ‘의료’적으로 치료하려는 이들이 적다는 뜻이다.

대한비만학회 김성수 회장(충남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최근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비만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인식부터 빠르게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Q. 일반인의 입장에서 고도비만이 아닌 한 비만을 질병으로 이해하는 것이 낯설다. 어떤 점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볼 수 있나?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증가한 상태가 아니라 비만동반질환을 유발한다. 삶의 질을 고려할 때 질병없이 지내는 건강수명은 아주 중요하다. 건강수명을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및 고혈압을 동반하지 않는 기대여명으로 정의했을 때 성인 전 연령층에서 비만인 경우 정상체중에 비하여 건강수명이 감소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40대 남자의 경우 1단계 비만은 정상 체중에 비하여 건강수명이 7년, 2단계 비만 이상인 경우 정상 체중에 비하여 15년이 감소한다. 40세 정상체중에 비하여 40세 비만인 경우 당뇨병의 발생위험은 5.1배, 심근경색과 뇌졸중의 발생위험은 1.7배 높다. 복부비만이 없는 40세에 비하여 복부비만이 있는 경우 당뇨병의 발생위험은 4.7배, 심근경색의 발생위험은 1.8배, 뇌졸중의 발생위험은 1.7배다.

그런데 이 같은 위험은 체중을 감량하면 개선이 된다. 만성질환을 떠올려보자. 고혈압이 있을 경우 혈압 수치를 관리하고, 당뇨병이 있을 때 혈당을 관리하면 합병증 위험이 낮아지는 것처럼, 비만동반질환을 예방하거나 조절하기 위해서 체중과 허리둘레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관리가 필요하고 관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약물이나 침습적인 치료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비만은 질병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단계별 비만 진단 기준1단계 비만: 체질량지수 25~29.9

2단계 비만: 체질량지수 30~34.9

3단계 비만(고도비만): 체질량지수 35 이상

복부비만 진단 기준허리둘레 남자 90 cm 이상, 여자 85 cm 이상


Q. 한국은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높은 사회임에도 비만 인구가 증가 중이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21년 우리나라의 비만 유병률(특정 시점의 전체 인구집단에서 질병을 가지고 있는 인구의 비율)은 38.4%로 10년 전 29.4%에 비하여 31% 증가했다. 1단계 비만은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2단계 비만은 3.6%에서 5.9%로 64%라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3단계 비만 역시 0.4%에서 1.1%로 175%나 증가했다. 고도비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비교적 비만 유병률이 낮았던 20대와 80대에서도 비만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비만 유병률의 증가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과 활동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식습관과 활동은 사회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달고 기름진 고열량 식품 선호, 설탕이 함유된 음료(가당음료)의 섭취 증가, 1회 분량(한번에 섭취하는 양)의 증가, 음주, 음식섭취를 유발하는 대중매체(TV, 유튜브 등의 먹는 방송) 그리고 활동이나 운동 부족이 여기에 해당된다.

Q. 비만의 위험성 또는 관련 사업의 크기에 비해 국내에서는 보건 당국이 비만 정책과 관리 기준 등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내 비만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신다면?

우리나라의 비만 예방 정책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고 생한다. 하지만 비만 치료 정책은 매우 경직되어 있다. 비만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관리를 해야 한다고 인식은 하지만 아직 질병으로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에서 건강보험은 오직 비만수술에만 적용된다. 심지어 비만수술 후 체중이 증가해 진료가 필요할 때에도 보험적용을 받지 못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과 같이 비만동반질환이 있는 비만환자의 체중조절 치료 역시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만은 여러 동반질환을 불러와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이 매우 큰 질환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만이 있는 환자에서는 체중조절 치료를 진행하고, 비만이 없는 경우 비만 예방 관리가 필요하다. 체중을 감량하면 당장 비만동반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환자에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 참고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1단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보험 급여를 하고 있다.

Q. 최근 글로벌 제약에서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의 비만치료제가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약물치료가 지병으로서 비만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시는지?

현재 임상 등에서 나타난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체중감량 효과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약제보다 효과가 더 우수하다. 각각 초기 체중의15%, 21%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마운자로의 경우 비만수술의 체중감량 효과에 근접할 정도다. 그러나 약제비용이 기존 비만치료제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다. 미국 기준으로 한달 비용이 1,000~1200달러(약 130~156만원)다. 물론, 출시 국가에 따라 이 비용의 1/4인 곳도 있다. 하지만 가장 낮은 가격으로 출시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한 기존 비만치료제인 삭센다의 3~4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격 대문에 이들이 국내 비만 치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가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이 많은 이유는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약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리어 장기적으로 보면 비만수술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만약 보험이 적용되어 비용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매우 효과적인 비만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

Q. 앞에서도 비만치료에 대한 급여 적용을 강조혔다. 다만, 건보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이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국내에선 2019년 고시에 따라 비만치료 통합치료도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현재, 비만수술전후에 이루어지는 다학제진료(외과, 가정의학과, 내과, 영양사 등과 함께 진료) 수가는 9만에서 12만원 정도다. 이 수가로 지속적인 진료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수술 후 체중관리는 보통 가정의학과 또는 내과에서 비급여로 진행이 되는 상황이다.

건보 재정 등이 우려된다면 기준을 명확하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비만수술의 보험급여기준에 해당될 경우 비만치료를 받을 때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방식이 어떨까 생각한다. 비만수술의 급여 기준은 체질량지수 35 이상 또는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비만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다. 이는 조속히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우선 이 같이 엄격한 기준으로 적용한다면 비만수술 전후 치료 과정에 급여가 적용되어도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도리어 치료 예후가 개선되고 재발을 막아 사회적 비용을 아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수술 전 약물치료 반응이 좋다면 수술까지 이르지 않고 치료가 될 수도 있다.

Q. 급격히 늘어나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회가 비만을 미용적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만을 전적인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면 안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사회경제적 원인들이 비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를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중요한 것은 건강에 좋은 식사를 쉽게 선택할 수 있고 활동이나 운동을 쉽게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이는 비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Q. 비만과 관련하여 헬스인뉴스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비만은 사소한 식습관이나 활동량의 변화가 누적되어도 발생한다. 이와 같은 변화가 서서히 진행될 경우 체중이 상당히 증가된 후에야 비로소 체중 문제를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매일 콜라 1캔 (355 ml, 160 kcal)을 3개월 동안 마시면 약 2 kg정도 체중이 증가한다. 체중이100kg인 사람이 하루에 30분, 숨이 약간 찰 정도로 빨리 걷기를 1주일에 5회 8주간 지속하면 2 kg 정도 체중이 빠진다. 이처럼 사소한 생활습관의 변화가 누적되어 체중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비만을 예방하는 데는 자신의 체중에 관심을 가지고, 습관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주 1회 동일 조건으로 체중을 재며 변화를 체크하면서 그에 따라 체중이 늘 땐 △밥 1/3공기 줄이기 △채소 섭취량 늘리기 △하루 30분 빨리 걷기 등 무리되지 않는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면 힘들이지 않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체중이 계속 증가할 경우 병원에 들러 비만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 1992년에 창립돼 올해 31년째를 맞는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치료지침 개정, 학술 대회와 연수강좌 개최 등 활동을 통해 비만치료의 발전과 전문가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주요 비만 통계, 비만 상식, 식사요법 안내 등 일반인을 위한 비만정보 전파에도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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