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임기를 마무리하는 학회장은 기자들 앞에서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급히 마이크를 내려놨다.
26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춘계학술대회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전공의 파업 두달째, 교수들의 파업까지 시작된 가운데, 생사의 최전선에 선 중환자실 의사들은 시종일과 침통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생사와 직결되는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이들은 다른 과들처럼 환자를 떠나거나 휴진 등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임기를 마무리하는 서지영 회장은 “나는 사직서를 내지 않았다”며 “정부와 언론이 의사직군을 악마화하는 것을 볼 때 자괴감이 크지만 내가 지켜야할 내 환자들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재화 차기 회장은 “중환자실 특성 상 사직서를 내더라도 떠나지 못하고 근무하는 교수들이 많을 것”이라며 “최대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화되는 의료 사태에 교수들의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결국 중환자실 역시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인력부족 상황에 의한 의료진의 심각한 번아웃과 환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다.
홍석경 기획이사는 “중환자실은 격무로 전공의들의 의존도가 높았다. 그래서 이번 사태의 파급이 더욱 컸다”며 “현재 교수들이 3일에 한번 당직을 서며 병실을 지키고 있는데, 서로 건강 걱정을 많이 할 만큼 번아웃이 심각하지만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 병원마다 중환자실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상 운영을 하고 있으나,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중환자실을 통합하는 수 밖에 없다”며 “그 경우 의사 1명이 보는 환자의 수는 훨씬 늘어나는데 그럼 안전사고나 의료사고 등도 늘어나게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치민 총무이사는 “병원에서 없어지지 않고 마지막가지 남아있는 이들이 중환자들”이라며 “우리가 버티다가 안되면 비전문가들이 환자들을 보게되는 상황도 오는데 그럼 의료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세부전공의들의 부재 상황 역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재화 차기 회장은 “한해 세부전공의 80여명 수급이 안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는 연쇄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이 대한 시뮬레이션을 정부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예를 들어 30명이 근무해야 하는 중환자실에 20명만이 남아 30명의 업무를 하고 있다면 누가 그곳에 오려고 하겠는가?”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중환자의료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중환자를 위한 정부 기구의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필수의료 패키지를 의료개혁으로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그 중에 어디에도 중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이유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중환자를 위한 전문 부서가 있어야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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