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9일 ‘의약품 등의 허가 등에 관한 수수료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약 허가 수수료는 기존 883만원에서 4억1천만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규정 개편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제약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허가 기간 단축과 심사 인력 확충을 위해 마련됐다. 신약 허가를 위한 전담 심사팀이 신설되고, 신약 허가 기간도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125일 단축될 예정이다.
◇ 국내 제약사들 “신약 허가기간 단축 환영”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약 허가 심사 인력이 대폭 충원되고, 허가 기간이 단축되면 신약이 더 빨리 시장에 출시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심사 인력 확충으로 허가 과정이 빨라지고, 신약 개발 주기가 단축된다면 수수료 인상도 감수할 만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외국계 제약사 “한국 시장 규모 대비 과도한 인상”
외국계 제약사들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이번 인상이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KRPIA는 “한국의 의약품 시장은 일본의 4분의 1, 약가는 60% 수준에 불과한데 수수료는 일본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인상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PMDA의 신약 허가 수수료는 약 4억3000만원, 유럽 EMA는 4억9000만원, 미국 FDA는 약 53억원에 달한다.
또한 KRPIA는 이번 수수료 인상이 혁신 신약의 도입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유병률이 낮거나 시장 규모가 작은 신약일수록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과도한 비용 부담이 도입을 늦추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되는 점도 준비 기간이 부족해 제약사들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정부, “심사 인력 확충으로 신약 허가 효율성 높일 것”
식약처는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번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신약 허가 수수료는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확보된 재원을 통해 전문 인력을 확충하고 허가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국내 제약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FDA의 신약 허가 수수료가 약 53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인상된 수수료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주장이다.
◇ 업계 “논의 필요...시장 상황 반영해야”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수료 인상이 긍정적인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인력 확충과 허가 기간 단축이 업계에는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급격한 비용 인상과 시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는 일부 제약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허가 수수료 인상은 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신약 출시를 앞당기기 위한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제약사들을 모두 만족 시키지는 못하고 있다"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간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종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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