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식사를 챙겨주면서도,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마음은 있지만, 우리 아이가 진짜 잘 먹고 있는지, 혹은 문제가 있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허일현 함소아한의원 은평분원 원장은 "체중이 3개월 이상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경우나 잘 때 엎드려 엉덩이 들고 자는 경우, 트림이나 방귀가 너무 잦고 냄새가 너무 좋지 않을 경우, 변비가 심한 경우 혹은 설사가 반복되는 경우 문제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먹는 양이 내가 볼 때는 부족해 보이더라도, 체중이 잘 늘면 대부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한의학에서 바라본 '식욕부진'의 4가지 유형
진료실에서 마주치는 ‘식욕부진’의 아이들이 정말 다양하지만, 막상 상황을 따져보면 실제로는 잘 먹고 있거나, 간식을 너무 많이 먹는 등 식사 습관이 부모의 기준에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많다. 때문에 진짜 ‘식욕부진’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허 원장은 "식욕부진을 종류 별로 분류해보면 선천형, 기허형, 습열형, 흥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식 분류는 아니지만, 진료실에선 이렇게 설명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천형은 선천적으로 뱃골이 작아, 배고픔을 느끼더라도 한꺼번에 많이 먹기 어려운 타입이다. 기허형은 소화력이 좋지 않고 흡수도 잘 되지 않는 타입. 특히 씹는 것을 힘들어하고, 기운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습열형은 안 좋은 식습관으로 배에 가스가 많아, 정상적인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유형이다. 식욕부진인데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는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흥분형은 허기만 면하면 빨리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을 찾아 떠난다. 평상시에도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이 많고, 행동도 많고 빨라 웬만해서 체중이 잘 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식욕부진‘을 위의 네 가지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 분류와 아이들의 상태에 따라 침과 부항치료를 하고 어울리는 처방을 사용한다. 유형에 따라 집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들도 몇 가지 있다.
◇ 잘 안 먹는 아이... 4가지 유형에 따라 대처법도 달라
선천형은 원래 많이 먹지 못하고, 배고파도 두 세입 정도 먹으면 배불러하다 보니 식사를 자주 챙겨줘야 한다. 간식으로는 기름기 없는 고기, 야채, 계란, 토마토 등을 조금씩 나눠서 시도해 볼 수 있다. 단, 준비가 너무 힘들어지면 안 된다. 다양한 것을 계속 먹이려 하기보다 잘 먹는 것 중 줄 수 있는 것을 골라서 해주는 것이 좋다.
기허형은 씹는 것을 힘들어하고, 냄새나 식감이 안 좋으면 먹다 뱉기도 한다. 조금 먹더라도 체중이 잘 안 늘어나는데, 이 경우 한약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허 원장은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력을 높여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점점 건강하게 먹는 양이 늘어나곤 한다"며 "가능한 부드럽게 잘게 음식을 주고, 가급적 그 때 그 때 음식을 해줘야 한다. 냉장고 들어갔다 나온 음식은 안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습열형은 간식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도 한약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간식을 많이 먹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음료수와 단 맛을 최대한 멀리한다면 식사 시간이 훨씬 즐거워질 수 있다. 대부분 어른들이 먼저 간식을 집에서 먹지 않는 게 좋고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가서 먹고 들어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흥분형이 가장 어렵다. 보통은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거나, 영상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 처음엔 일정 시간 앉아서 끝까지 식사를 하게 해야 한다. 단, 영상을 보며 식사를 하는 것은 권장하기 어렵다. 결국 보호자만의 기준을 세우고 식사 분위기를 만들 것인지, 어떤 식사를 챙겨줄지 먼저 정하고 따라야 한다. 일관된 관리가 중요하다.
허 원장은 "누군가는 한약을 먹고 살이 찔까봐 걱정하고, 누군가는 한약을 먹고 살좀 찌워달라고 부탁을 한다. 우리가 복용하는 한약 그 자체만의 칼로리로 살이 찌는 것도 아니고, 식욕증진 한약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단지 우리 아이들의 상태와 환경 속에서 부조화가 보이는 부분을 개선 시켜 정상적인 기능을 하게 도와준다면, 조금 더 잘 먹고 잘 성장하는 기틀이 될 것이고, 그것을 돕는 것이 ’식욕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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