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크기 변화가 없던 폐의 순수 간유리 결절이 뒤늦게라도 자랄 수 있다는 보고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간유리 결절이란 흉부 CT 검사에서 반투명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3cm 이하의 음영을 말한다.

최초 발견 당시 결절의 크기나 음영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3~5년 가량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다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결절의 추적관찰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왼쪽부터)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남현승 임상강사, 김보근 강북삼성병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왼쪽부터)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남현승 임상강사, 김보근 강북삼성병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남현승 임상강사, 김보근 강북삼성병원 교수 연구팀은 ‘체스트(CHEST, IF=9.5)’ 최근호에 폐의 순수 간유리 결절에 대해 지금까지 전 세계에 발표된 관련 연구 중 가장 오랜 기간 추적 관찰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97년 6월부터 2006 년 9월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저선량 흉부 CT로 폐 검사를 받은 환자 89명에서 확인된 간유리음영 결절 135개를 대상으로 2022년 7월까지 변화 과정을 살폈다.

전체 연구 기간 25년, 추적관찰 기간 중앙값만 193개월(16년)에 달해 현존하는 순수 간유리 결절 관련 코호트 연구로 가장 오래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53세로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이 33.7%(30명), 금연한 사람은 27%(24명), 현재 흡연 중인 사람은 39.3(35명)이었다.

순수 간유리 결절이 1개만 발견된 사람이 65.2%(58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2개인 사람이 23.6%(21명), 3개 6.7%(6명), 4개 3.4%(3명), 5개 1.1%(1명)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체 순수 간유리 결절 135개 중 23개 (17.0%)에서 크기가 커졌다고 보고했다. 8개(34.8%)는 관찰 시작 이후 5년 이내에 크기가 커졌고, 12개(52.2%)는 관찰 시작 이후 5년에서 10년 사이에 크기가 커졌다.

문제는 관찰 시작 10년 후 커진 3개 (3.9%)이다. 순수 간유리음영 결절이 10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다가 크기 변화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각 처음 진단 이후 크기가 커질 때까지 걸린 기간을 측정했을 때 가장 긴 것은 179개월(약 14.9년) 걸렸고, 나머지 두 개도 각각 133개월(약 11.1년), 135개월(약 11.3년)으로 10년을 넘겼다.

이 중 133개월 만에 자란 병변은 양성자 치료를 했고 다른 두 개의 병변은 계속 추적 관찰 중인 상태다. 향후 크기 또는 음영이 더 증가할 경우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

또 연구팀은 결절이 커진 경우 최초 발견 당시 결절 크기가 평균 7mm로, 크기 변화가 없던 경우(평균 5mm)보다 큰 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발견 당시 7mm 이상 크기가 큰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엄상원 교수는 “초장기 관찰 연구로 순수 간유리 결절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상당 기간 크기 변화가 없다가 뒤늦게 자라는 특성을 재확인하고 꾸준한 검진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연구”라면서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순수 간유리 결절 중 성장하여 조기 폐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좀 더 세밀히 밝혀낸다면 환자의 막연한 불안을 잠재우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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