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따라 버스 안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고, 어지러움과 구역감이 심해지더니 아찔한 기분이 들면서 쓰러지는 일이 생겼다. 다행히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곧장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응급실 검사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공황장애나 미주신경성 실신이 의심돼 관련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받았다. 당장 불편감이 없어서 김모씨는 잊고 지냈다가 며칠 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일어나던 중 가슴이 답답해지고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미주신경성 실신을 확인하는 기립경사 검사를 받은 결과 미주신경성 실신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공황장애 발작이 생겼을 때 대처법은 2가지다. 첫번째는 공황발작으로 인해 절대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되뇌는 것이다. 두번째는 호흡이다. 숨을 3초 간 들이쉬고, 6초 간 내쉬면서 긴장을 느슨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공황장애 환자들은 들숨을 과도하게 하고, 날숨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숨을 최대한 내쉬면서 이완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신경 심장성 실신이라고도 불리는데, 실신의 가장 흔한 유형이다.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사람이 밀집된 공간에 있는 경우, 실내 공기가 탁하고 답답한 경우, 심한 기침을 하거나 힘든 운동을 한 직후,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순간 등에서 미주신경성 실신 증상이 잘 나타난다. 심한 통증이나 배변, 배뇨, 기침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의해서도 미주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실신이 발생할 수 있다. 실신 전 전구 증상을 느끼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껍고,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날 수도 있다. 일시적이고, 후유증이 없지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때문에 심각한 질환이 아닌가 생각하며 병원을 찾게 된다. 심장이나 뇌의 문제는 없으면서 일시적인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심박동이 느려지고 뇌혈류가 감소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므로, 생명의 지장은 없지만, 1/3이 재발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의 전조증상은 공황 발작 시에 경험하는 증상과 유사한 면이 있다. 미주신경은 뇌신경 중 하나로 부교감신경에 해당한다. 미주신경성 실신의 경우 교감신경이 항진되는 상황에서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부교감신경이 과활성됨으로써 의식을 잃는 것인데, 자동차 브레이크가 과하게 작동한 상태로 비유할 수 있다. 반면 공황장애의 경우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항진되면서 심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혈관수축으로 손발이 차가워지고 식은땀이 나며 극도의 불안감과 쓰러질 것 같은 이상한 기분, 공포감을 경험하는데, 이때의 증상은 자동차 엑셀레이터를 밟은 상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공황발작과 더불어 증상에 대한 ‘예기불안’과 적극적인 ‘회피행동’을 보이는 것은 미주신경성 실신과의 뚜렷한 차이이다. 메스컴을 통해 공황장애가 널리 알려지면서 공황장애 자가진단을 해 보고 공황장애를 의심해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서 2021년까지 공황장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인원은 2017년 약 13.9만명에서 2021년 약 20만명으로 6만명(44.5%) 증가했다. 이는 어린이 소아 공황장애부터 중노년층까지 공황장애 극복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영향이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생명의 지장이 없고, 양방에서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실신이 유발될 만한 상황을 피하거나 예방하는 정도로 조심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상태, 조절력이 저하된 상태이므로 건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반적인 신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평소의 긴장불안을 낮춰 줌으로써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돕는 치료가 필요하다.
또한 공황장애와 미주신경성 실신은 분명히 다른 질환이지만, 둘다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개인맞춤처방으로 조절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와 더불어 평소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 운동 등의 건강한 생활 습관과 함께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익히는 것이 자율신경계 균형을 위해 중요하다.
(글 : 이원우 해아림한의원 대전세종점 원장)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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