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청안과김용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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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안구의 내부는 텅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유리체라는 투명한 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다. 유리체는 마치 젤리처럼 탄력이 있는 투명한 조직인데 나이가 들면서 노화 현상이 일어나면 유리체가 마치 액체처럼 변하고 혼탁해진다. 빛이 눈을 통과할 때 이렇게 혼탁해진 유리체 부분을 지나가면 사람이 인식할 때 마치 눈앞에 무엇인가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눈 앞에 아무것도 없지만 마치 날파리나 검은 점, 먼지 등이 날아다니는 것 같은 증상을 비문증이라 한다.

유리체가 액화되며 나타나는 비문증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비문증이 나타났다면 안과를 방문해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비문증은 눈의 노화 외에도 다양한 눈 질환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와 같은 망막 이상은 비문증을 초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망막은 시세포가 모여 이루어진 얇은 막 조직으로, 안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눈으로 들어온 빛이 상을 맺는 부분이다. 이곳이 찢어져 구멍이 생긴 상태를 망막 열공이라 하고 망막을 이루는 두개의 층, 즉 감각신경층과 색소상피층이 분리되는 것을 망막박리라 한다. 유리체가 액화되어 비문증이 생긴 상태인 후유리체박리가 생긴 환자의 15% 정도에서 망막열공이 발견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문증이 발생했을 때 망막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망막이나 맥락막의 혈관이 터지며 발생한 출혈이 유리체 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유리체 출혈의 경우에도 비문증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정상적인 혈관보다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신생 혈관에서 쉽게 발생하는데 눈에 신생 혈관이 생기는 원인이 망막 정맥 폐쇄, 당뇨망막병증 등 매우 심각한 눈 질환인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러한 출혈은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와 동반된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대량의 유리체 출혈은 수술적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포도막염 등 극심한 시력 저하와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비문증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비문증의 원인이 된 질환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여 신속하게 치료를 해야 눈을 지킬 수 있다. 특히 망막 관련 질환은 짧은 시간에 급격히 악화되어 시력 결손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비문증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평소 시력이 좋지 않은 고도근시, 초고도근시 환자이거나 눈 건강을 잃기 쉬운 당뇨병 환자라면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눈의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를 전후하여 6개월~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안과 검진을 받는다면 비문증 등 눈의 이상을 더욱 빠르게 알아차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글 : SNU청안과 김용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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