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피 빨 때 분비하는 단백질이 바이러스 외피 깨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까지는 수년 걸려
지난 10일 미국 의학매체 ‘(뉴스메디컬)News-Medical’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모기에서 추출한 단백질 AEG12가 황열병, 뎅기열, 웨스트 나일, 지카 바이러스를 강하게 억제할 뿐 아니라 코로나19바이러스도 약한 수준이지만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AEG12는 모기가 피를 빨거나 플라비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AEG12가 바이러스 외피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보호 덮개를 깨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만 급성카타르성결막염(홍안병)이나 방광감염병 등 외피가 없는 바이러스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전 세계 수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각종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NIH 산하의 국립환경보건과학원(NIEHS)의 과학자들은 AEG12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X-레이 결정학을 사용했다. NIEHS 핵자기공명단장인 제프리 뮬러(Geoffrey Mueller) 박사는 AEG12가 바이러스를 하나로 묶어주는 지방질을 분자 수준에서 해체한다고 설명했다.
뮬러 박사는 “마치 AEG12가 바이러스 막에 있는 지질에 굶주린 것처럼, 가지고 있는 지질 중 일부를 제거하고 교환한다”며 “이 단백질은 바이러스성 지질에 대한 친화력이 높아 바이러스로부터 그것들을 훔쳐낸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AEG12 단백질이 일부 바이러스에 대해 큰 살상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AEG12가 지카, 웨스트 나일 등이 속한 플라비바이러스에 가장 효과적이지만, 코로나19를 유발하는 SARS-CoV-2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데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이용해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드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AEG12는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인체 적혈구의 외피 지질도 깨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표적 단백질을 만드는 화합물을 확인해야 한다는 숙제도 남아있다.
NIEHS 객원 연구원이자 논문의 제1 저자인 알렉산더 푸(Alexander Foo) 박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기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자체적인 면역시스템이 가동된다”며 “모기의 경우 AEG12가 생성돼 바이러스 외피를 깨트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라이즈 패더슨(Lars Pedersen)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의 역할과, 질병 치료 등의 활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 단백질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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