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 결과 신장 수치도 높았고, 신장 초음파에서는 한쪽 신장이 과도하게 커져 있어 파열의 위험이 높아 신장 적출 수술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상태였다. 또한 신부전으로 인해 소변이 잔류하여 폐색이 일어나고 신장에 물이 가득 찬 수신증 상태가 관찰되었고, 신장 수질에 차있던 물이 밖으로 흘러 복수도 가득 차있는 상태여서 서둘러 수술을 진행했다. 적출술을 시행한 후 떼어낸 신장을 열어보니 물이 차는 수신증에서 이미 고름이 가득 찬 농신증의 상태로 악화가 되어 있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여 지금도 주기적인 검사와 음수량 관리, 식이 관리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근래 들어 1세대 반려동물들이 노령견, 노령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신장 관련 질환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케이스에서 볼 수 있듯 1살령 반려동물에게도 충분히 발병할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를 필요로 한다. 신장은 한 번 손상이 생기면 평생 제 기능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유전적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모예드, 잉글리쉬 코카스파니엘, 저먼 셰퍼드, 불테리어 등의 견종과 페르시안, 아비시니안, 메인쿤, 샴 등의 묘종은 노령이 아니라 하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 수치에 관심을 갖아 주어야 한다. 발병률을 보자면 반려견은 10% 이상, 반려묘는 25% 이상이며 일반적으로 노령이 될수록 신장 질환의 발병률은 더욱 높아진다.
신장은 소변을 만들어 노폐물을 걸러주고 체내 향상성을 유지해주는 기관이다. 신장동맥을 통해 신장으로 노폐물이 담긴 혈액이 들어오고, 수 많은 모세혈관으로 이루어진 피질의 사구체를 통해 혈액의 여과작용을 거쳐 깨끗해진 피가 신장정맥을 통해 다시 순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걸려진 노폐물은 소변으로 모여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나가는데 그 과정의 중심에 신장이 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의 모세혈관이 아주 얇고 약하다는 데에 있다. 혈압으로 인해 터지기도 하고, 세균에 쉽게 감염되어 사구체신염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헐어서 부서진 잔재들이 소변으로 배출되면서 단백뇨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신장 바깥의 피질 내에 수분이 차서 부풀어 오르는 낭종이 다발성으로 발생되기도 하고 요도나 방광에 결석이 생기면서 요로계가 막혀 발생하는 수신증, 수신증이 악화된 농신증도 있다. 이렇듯 여러 원인으로 인해 신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는 전반적인 현상을 신부전이라 하는데, 이는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생명에까지 지장을 주는 무서운 질환이다.
물론 모든 신장질환에 반드시 적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개체 별 증상 및 악화 정도에 따라 적출술은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조기에 발견하여 진행을 늦추는 것에 치료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수액을 통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회복시키고 약물 처방과 식이 조절 그리고 음수량 관리를 통해 신장의 기능을 도와 꾸준한 추적검사를 해준다면 신장 적출까지 요하는 병증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병원을 통해서는 지속적으로 요소질소와 크레아타닌 수치를 확인하여 신장의 기능을 평가받고 보호자는 평소 식이에 신경 쓰고 음수량을 체크하며 소변의 상태를 관찰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호자의 평생 동반가족으로 자리잡은 반려동물들의 수명 역시 점차 길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명 자체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하는 삶이다. 그리고 그것은 보호자의 애정 어린 관심으로 가능할 것이다.
(글: 아이엠동물병원 박준서 원장)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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