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인복지관 치매예방 건강강좌에 참석한 91세 김준영씨(남,가명)는 강의가 끝나고 강사인 의사에게 음주습관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해 질문했다. 지나친 음주 혹은 잦은 음주는 뇌세포에 좋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하루 평균 소주 1병을 십 수년째 마시고 있지만 건강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이 남자에게 하루 음주량 소주 1병은 적당한 것이었을까?
통상적으로 알코올 대사 두 번째 분해효소인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효소(ALDH)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기능만 있는 게 아니라 활성산소를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 술을 소량만 마시면 이 효소의 힘이 약 1.5배 더 세지는데,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다 분해하고 남은 힘을 활성산소 분해에 사용해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등 몸에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런데 지난 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하루 한두 잔 정도 술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는 학설은 잘못’이라고 보도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 팀 스톡웰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500명을 대상으로 한 107개의 연구 분석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하루 한잔 혹은 일주일에 한두 잔 마셨을 경우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소량의 음주가 사망률을 낮춘다거나 심혈관계 위험률 감소 등 이점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국내 연구결과도 다르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장준영 교수팀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은 비음주자 112,403명을 대상으로 음주량 변화에 따라 비음주 유지군과 음주군으로 나눈 뒤 3년간의 건강 상태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하루 평균 10g이하(소주 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에서 뇌졸중 발생위험이 비음주 유지군보다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비음주 유지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가볍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해서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손정식 교수는 “그 동안 소량 음주가 몸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는 건 맞지만, 그만큼 소량 음주가 당뇨, 비만 등 여러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도 많고 명확한 메커니즘 등이 밝혀진 것도 아니어서 소량 음주를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음주자에게 건강을 위해 굳이 적당량의 음주를 권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소량의 음주라도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학설이 우세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음주자의 경우 본인의 알코올 분해능력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 적당한 음주 기준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몸의 ADH1B 유전자와 ALDH2 유전자가 각각 ADH와 ALDH의 합성에 관여한다.
GC녹십자지놈社의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이 유전요인을 확인하는 ‘알코올 리스크 스크린’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개인별 알코올 분해 능력, 음주 습관에 따른 알코올 의존도, 숙취 해소에 좋은 식품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일반적인 수준의 ‘표준형’, 알코올 분해가 빨라 폭음 위험이 있는 ‘알코올 의존주의형’, 알코올 분해가 느린 ‘알코올 위험형’, 알코올 분해가 매우 느린 ‘알코올 고위험형’으로 구분된다
한편 술을 마시지 않다가 하루 2잔 이상의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교통사고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사망할 위험이 비음주 유지군보다 2.0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당 3~6잔을 마시면 유방암 및 대장암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고 주당 7잔 이상을 마시면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수준의 음주가 건강에 이점이 된다는 것을 불확실한 반면, 중등도 이상의 음주는 유해한 영향을 가져온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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