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헬스커뮤니케이션전문회사HOWs대표
유현재서강대신문방송학과교수매스컴학박사,보건정책석사헬스커뮤니케이션전문회사HOWs대표
2022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2023년 4월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고생 즉 청소년으로 불리는 미성년 인구의 음주율은 남자가 15.0%, 여자가 1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2021년 대비 모두 2.0% 이상 증가한 수치로서, 위험 음주율 (1회 평균 음주량 남자 소주 5잔 이상, 여자 3잔 이상) 또한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무관심한 성인이 이 수치를 보면 “뭐 그냥 열명 중 많아야 두 명 정도 마신다는 얘기네. 그 중엔 좀 더 심각한 애들도 있고. 우리 땐 더 그랬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 수치들에 대해 약간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는 법이나 규정에 의해 술은 청소년에게 팔 수도 없고 제공할 수도 없는 것이 엄연한 팩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래저래 실제로 팔리고 마시고 즐기고 있다는 방증이 나온 것이다. 예전에 비해 술을 구매하거나 주문할 때도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소비를 막는 다양한 장치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뚫리는’ 상황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두 번째, 지난 3년간 우리의 삶을 눌렀던 코로나가 마침내 엔데믹을 맞으며 다양한 수치가 상승하였는데, 청소년 음주율 또한 상당한 증가세를 보이는 대표적 지표라는 점이다. 더불어, 어쩌면 저 수치를 가장 무겁게 여겨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술이 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무서운 사실이다. 매우 다양한 병의 직간접적 변수가 되는 매개체이며, 바로 그 위험한 술을 즐기는 정도가 미성년 그룹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년 기준 술로 인한 질병에 의해 사망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그렇게 해롭다고 정평이 나있는 흡연의 그것보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9월 발표된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음주 관련 사망률은 10만명 당 약 9.8명 수준을 넘어섰으며, 이는 1년 전보다 약 2.3% 증가한 결과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 같은 배경 정보를 접한 다음, 앞서 언급한 청소년 음주율 약 15% (남)와 11% (여)라는 수치를 곱씹어 보면 분명 조금은 달라보이지 않을까 싶다. 상식적이며,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저 수치는 더욱 낮아져야 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청소년들의 음주율을 낮추기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할까. 만만치 않은 음주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을 꼽아보는 게 가장 먼저가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보건 이슈를 다루고 논의하기 위해서는 특정 사안을 초래하는 핵심 변수들을 도출해 종합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청소년의 음주율 증가를 둘러싼 변수는 물론 ‘매우’ 다양하다.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는 가족 내 담배 관련 분위기도 중요할 것이고, 부모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 변수가 된다. 학교에서의 흡연 및 금연 관련 교육도 핵심적일 것이며, 예민한 시기 만나는 또래 친구들의 영향도 상당히 중요하다. 청소년의 생활 전반을 둘러싼 각종 제도나 규정, 법 등도 분명한 원인이 될 것이고 말이다.

일일이 꼽자면 수도 없겠지만, 아마도 또 하나 결정적(Critical) 변인 중 하나는 바로 최근 청소년들이 거의 몰입이나 중독 수준으로 사용 중인 미디어를 뺄 수는 없을 것 같다. 미디어는 물론 청소년들이 술에 가까이 가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술을 멀리하게 만드는 긍정적 영향력도 가능한 중립적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중립성에도 불구하고, 음주를 유발하거나 자극하고 음주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제공하는 채널이나 콘텐츠가 범람하는 환경이 압도적인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미디어를 접하는 시간으로는 자타공인 최고라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노출되는 대표적 음주유발 콘텐츠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유튜브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당장 유튜브에 음주나 술방, 술 등을 키워드로 입력하면 관련 주제를 활용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이 가운데 청소년들에게 특히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유명 연예인들의 콘텐츠도 상당하다. 래퍼 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과 김희철의 ‘술스트리트파이터,’ 지상렬의 ‘술먹 지상렬’과 신동엽의 ‘짠한형,’ 그리고 기안 84의 ‘술터뷰’ 등은 아예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나 채널의 컨셉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음주가 주요 콘텐츠임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건강 유해정보의 유통에서 지적되는 유튜브지만, 특히나 음주 관련 유해 콘텐츠가 청소년들에게 전달되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는 면에서는 경쟁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물론 연령대를 확인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기도 하고, 일부 계도성 메시지를 영상에서 소개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아주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우회하여 채널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거기에, 해당 영상들이 짧은 호흡인 숏폼으로 만들어져 무차별로 풀리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속수무책인 상황도 연출된다.

유튜브만 탓할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 본다!’는 컨셉인 지상파를 포함한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등장하는 술의 미학(?) 또한 결코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이전에 있었던 조심스러움도, 전혀 발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지상파 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에는, 이젠 거의 술방이 안 나오는 주가 없을 만큼 대놓고 치트키 소재로 음주를 사용하고 있다. 한번은 연예인의 술방이 적나라하더니, 또 한 주는 현직 아나운서의 음주생활을 거의 중심 콘텐츠로 활용한다. 수년 전 한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건모가 음주로 상당한 주목을 받다가 프로그램 자체가 제재를 받던 그 옛날로 회귀하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지상파 등 레거시 미디어가 이렇게 막무가내인데, 그 외 미디어가 조심할 이유는 약해 보여 더욱 기가 찬다. 여전히 1급 발암물질인 술은 어색함을 푸는 재료,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 정감 넘치고 아름다운 우리네 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포지셔닝 되고 있다. 그 어디에도 1년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직간접적 사망원인이며, 음주운전 등에 의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는 이유로 상당수 국가에서는 지켜지고 있는 그 조심스러움이 우리 미디어에선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나 청소년들이 분명히 노출될 것으로 판단되는 트렌디한 콘텐츠들에서 음주 장면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가 않다. 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청소년들의 음주율은 좀처럼 줄지않는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자극하는 변수들 가운데, 주류 광고들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맥주, 소주, 막걸리, 위스키 등 주종이나 알코올 도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각종 주류 광고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있다. 청소년의 주류 광고 노출 관련,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광고가 노출되는 ‘시간’이라고 본다.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밤 10시 즈음이 되면 다수의 유명인이 등장하는 술 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말 그대로 주류 광고들의 ‘자유시간’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같은 시간에 대한 제한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10시쯤 되면 미디어, 특히 TV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팩트를 근거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 청소년들이 그 시간대 주로 하는 행동이나 머무는 공간 등을 생각해 보자면, 과연 시간에 국한된 제한이 2023년에 얼마나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해당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청소년들도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고, 10시가 되었다고 해서 TV 등 미디어를 딱 떠난다는 가정도 타당한지 모르겠다.

청소년에게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광고에 의한 악영향, 즉 음주를 미화해 소비를 자극하는 영향력을 어떻게든 줄이려 한다면, 더욱 실질적인 제한이나 규제를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24시간 시간의 구분이 크게 의미없는 미디어 환경에 근거, 시간제한이라는 오래된 규제를 과감하게 거두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한다. 대신 주류 광고의 내용에 대한 매우 디테일한 개선을 시도해 보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유명 연예인, 특히 아이돌 등 청소년 그룹에게 결정적 영향력을 보유한 셀럽들의 주류 광고 출연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시도할 수도 있겠고, 미성년으로 오인될 만큼 어리게 보이는 모델들의 주류 광고 등장을 규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상당수 광고에서 음주 자극을 위한 말초적 요소로 밀어붙이고 있는 ‘목 넘김’ 소리 또한 논의에 올려볼 수도 있다. 딴 데서 그렇게 한다고 굳이 따라할 필요야 없겠지만, 위 제언하는 방안들은 사실 해외 주요 국가에서 청소년 등 미성년자들의 음주 자극 예방을 위해 적용하는 실제 방법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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