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MBC 딩딩대학 협력, 과거 인기 드라마를 치매치료 목적으로 각색 후 인지테스트 진행
회상요법(Reminiscence Therapy)은 치매 환자들이 최근의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은 떨어진 반면, 과거의 오래된 기억은 비교적 잘 남아있다는 데서 착안해, 환자가 과거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고 본인이 잘 아는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여 자기효능감이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의료현장에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해 치매 관리에 나선 사례가 소개된 적은 있지만, 대학병원에 내원한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회상요법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센터장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와 MBC 사내벤처 딩딩대학(대표 양효걸, 염규현)은 올해 초 공동 개발팀을 구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인지 재활 프로그램 시범 조사를 진행했다.
회상요법 프로그램에는 과거 MBC 인기 드라마였던 <사랑이 뭐길래>와 <한지붕 세가족>이 46개의 인지 과제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치료 관리 목적의 콘텐츠로 각색되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명과 인지재활치료사 등의 의료진이 출제와 검수 작업을 거쳤다. 연구팀은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외래를 방문한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 반응을 5점 척도로 산출한 결과, 지루하지 않다는 의견에 5점 만점에 4점, 환자의 기분이 좋아졌다는 지표가 3.92점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총 46개의 인지항목 테스트에서는 정답률이 79%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환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보호자의 만족도도 높았는데, 특히 해당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다는 ‘재사용 의지’ 항목에서 5점 만점에 4.83점을 기록했다.
임현국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병원 등에서 시행하는 인지 프로그램은 문제 풀이 과정에서 환자가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치료 과정 자체에서 겪는 어려움이 큰 데 반해, 과거 방송 콘텐츠를 활용한 재활 프로그램은 환자나 보호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의 효능감도 높았다.”며, “환자의 감정 변화를 이끌어 내는 회상요법에 적합한 방식임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양효걸 대표는 “환자뿐만 아니라 함께 진행한 보호자의 만족도도 아주 높게 나왔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집에서 모바일 앱이나 태블릿으로 더 편하게 회상치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원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환자들이 외래 대기 시간에 재활 콘텐츠 시청 등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MBC 딩딩대학과 협업해 다양한 종류의 드라마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 등까지 제작 대상을 확대하고 임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딩딩대학은 2021년 MBC 사내벤처 2기 공모를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으로 AI를 활용한 아카이브 검색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MBC가 보유한 방대한 방송 아카이브를 활용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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