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청안과한영근원장
SNU청안과한영근원장
백내장은 눈 속의 수정체가 뿌옇게 탁해지며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주로 노화를 경험하는 노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고령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백내장 환자를 매우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백내장 수술 건수는 무려 70만2621건에 달한다. 그런데 백내장 수술 건수가 늘어나면서 ‘과잉 진료’에 대한 지적도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초기인데도 무리해서 수술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백내장은 방치하면 결국 실명에 이르게 만드는 질환이기 때문에 적기에 치료해야 한다. 실제로 안과 의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백내장에 의한 시력 상실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생길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히 안과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백내장을 방치하다 실명에 이르는 정도는 그리 흔하게 발생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당장 수술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 백내장 치료 중 수술의 시기는 환자의 불편함과 수정체 등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실제로 백내장 초기에는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보다는 노안으로 인한 시력 저하가 더 큰 불편함을 주곤 한다. 가까운 곳의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 저하로 인해 발생한다. 본래 수정체는 매우 탄력적인 조직이며 물체와의 거리에 따라 주변 근육이 수정체의 두께를 미묘하게 조절하여 선명한 초점을 확보하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약해져 수정체 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까운 곳의 글자 등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처럼 백내장이 심하지 않고 노안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클 때에는 돋보기 등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 백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안약 등을 처방해 약물 치료를 진행하면 족하다. 약물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꾸준히 관찰하다가 수정체 혼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가 되면 그때 수술을 진행하면 된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방식인데 이때 사용하는 인공수정체의 종류에 따라 수술 후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인공수정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나 크게 다초점 렌즈와 단초점 렌즈로 구분한다. 다초점 렌즈는 말 그대로 원거리나 근거리, 중간거리 등 여러 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이다.

얼핏 보면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가장 만족스러울 것처럼 보이지만 인공수정체는 자연 수정체처럼 자연스럽게 시점 조절을 하기 어렵고 다소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다초점 인공수정체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환자의 연령대나 평소 생활 환경, 직업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또한 나이가 많은 고령층은 백내장 외에도 자기가 알지 못하는 다른 노인성 안질환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을 진행하기 전, 정밀 검사를 통해 눈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해 보아야 한다. 미리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을 치료한 뒤 수술을 진행해야 회복 기간을 단축하고 각종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글 : SNU청안과 한영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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