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절 이식술 국내 도입한 심영기 박사, "흡입술 등은 낮은 병기에 더 적합, 병기 외 환자 상황 맞춰야... 보존적 치료가 바람직할 때도 있어" 제언

하지림프부종환자(제공:연세에스의원)
하지림프부종환자(제공:연세에스의원)
심한 림프부종은 주로 암 수술에 따른 불가피한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유방암의 경우 팔뚝(상완)에, 자궁암 및 난소암의 경우 하지에서 림프부종이 생긴다. 이 같은 림프부종에 림프부종 미세수술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도리어 보존적 치료가 더 바람직하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암 주변 림프절 절제로 림프액이 피하에 고여 발생... 1~4기까지
암은 림프관을 통해 잘 퍼지기 때문에 전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암 주변 부위의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림프관이 끊기거나 막히면 림프관을 통해 심장으로 귀환하게 되는 림프액이 피하조직에 고임으로써 림프부종이 유발된다.

림프부종은 진행 단계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1기는 부종은 없지만 림프액 이동 능력이 저하된 상태다. 부종이 생기기 전의 잠복기로서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2기는 림프액이 한 곳에 정체 및 축적돼 부종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환부를 거상하면 부종이 감소하지만, 경우에 따라 해당 부위를 누르면 한 동안 오목하게 눌린 상태가 지속되는 함요(陷凹)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3기는 환부를 거상해도 부종의 감소가 일어나기 어려운 단계로 조직의 섬유성 경화, 피부의 비후(반흔 형성)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3기의 말기에는 함요부종조차 사라질 정도로 자연적인 부종의 감소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4기는 부종이 매우 심하며, 피부에 변화가 온 단계로 일명 ‘코끼리 피부병’(Elephantiasis)과 같은 상태에 이른다. 함요부종은 아예 없으며 가시세포증, 지방침착, 사마귀 모양의 피부 과성장, 광범위한 반흔 등이 나타난다.

1~2기 압박요법, 3~4기 수술치료가 일반적 ...지방흡입은 1~2기가 더 효과적
보통 1~2기에는 압박요법(붕대 및 스타킹), 마사지, 운동요법 등 보존적 물리치료가 이뤄진다. 3~4기에는 수술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현재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수술은 △림프관-정맥문합술(Lymphaticovenular anastomosis, LVA) △림프절 이식술 △지방흡입술 등이다. 이 중 LVA와 이식술은 각각 환자의 3분의 1가량에서 일시적으로 부종 완화 또는 증상 완화(통증, 피부가 단단해짐, 둔중감 등의 경감)의 효과를 보이지만, 나머지 3분의 2가량에서 전혀 효과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이른바 ‘림프미세수술’이라며 LVA와 이식술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로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편이다”며 “해부학적 이론이나 임상적 경험에 비춰 볼 때 이들 방법은 만족스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림프관정맥문합술은 림프액을 정맥혈관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림프관과 정맥을 이어 우회로를 만드는 방법이다. 심 원장은 “정맥압은 80mmHg, 림프관 내압은 40mmHg 정도가 되는데 수술 후 초기에는 과잉의 림프액이 정맥으로 흘러 들어가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맥압의 압력이 림프관 내압보다 높아 우회로 부분이 역류되거나 림프 찌꺼기(슬러지)로 결국 막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시도는 저수지 물을 가느다란 수도꼭지 몇 개를 틀어 배출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림프절 이식술은 손상된 림프절을 건강한 림프절로 대체 및 이식하는 방법이다. 심 원장은 “이식술 역시 림프절이 언젠가는 림프슬러지로 막힐 가능성이 크다”며 “시도는 좋았지만 한계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지방흡입술은 일반적으로 이들 시술 다음에 시도된다. 부종 부위의 피부와 근육 사이의 피하지방층을 흡입해서 증상을 완화시킨다. 이 방법은 중증 단계에서 시행하므로 부종 완화 효과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증상 완화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영기 원장은 “림프부종이 오래되면 반복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피부가 단단해지고 림프액이 걸쭉해지면서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며 “림프부종 환자는 림프액과 지방이 서로 피하층에서 얽혀 있으므로 지방을 흡입함으로써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흡입은 비만 환자에서 하는 방식과 거의 동일하나, 지향점이 다르다. 즉 비만에서는 불필요한 게 지방이지만, 림프부종에서는 과도한 림프액과 찌꺼기를 배출해내는 것이다.

심 원장은 “지방흡입술을 3~4기가 아닌 1~2기에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는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원장은 지방흡입술을 하는 과정에서 림프 슬러지를 제거하는 기법을 추가했으며 ‘림프흡입술’로 고쳐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보존치료법들도 도입, 효과보여
최근에는 기존 보존적인 물리요법을 개량한 ‘데코벨’ 요법도 도입됐다. 이는 부종을 줄이고 체내 불필요한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시키는 보존치료 프로그램이다. 디톡스(Detox), 압박요법(Compression), 붕대요법(Bandage), 림프슬러지 전기자극 용해법(Elcure regen therapy)의 합성어로 피로감을 완화하고 체내 독소를 해독하면서 림프액의 순환 및 배출을 돕는다.

심 원장은 “림프해독을 통해 전신의 림프액의 점도는 낮추고, 전기자극치료로 림프슬러지를 이온분해해 희석시킨다”며 “이후 압박 등을 이용해 림프액을 이동시켜 배출을 돕게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팔다리 굵기의 200~300%에 달하던 부종을 130~150%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심영기 원장은 결론적으로 “1~2기에 림프흡입술을 조기에 시술하고 동시에 보존적인 데코벨 요법을 병행하는 게 그동안의 임상 경험에 비춰 가장 효율적이고 환자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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