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발의 생장주기
정상적인 모발은 성장기(3~5년), 퇴행기(1개월), 휴지기(3개월)를 반복한다. 탈모 환자의 경우, 성장기가 점점 짧아져 모발이 길고 두껍게 자라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생장주기로 인해 사람도 계절에 따라 털갈이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동물의 경우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겨울철에 가장 털이 많아지지만, 사람의 모발은 강한 자외선을 막아주는 기능을 담당하므로 봄철에 많아지고, 가을철부터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 다양한 탈모 유형
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하며, 이로 인해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특정 부위의 모발이 빠지는 것을 탈모증이라고 한다. 크게 모낭이 유지되는 탈모(유전성·휴지기·원형 탈모증)와 유지되지 않는 탈모(흉터형성 탈모증)로 구분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전체 탈모증의 85~90%는 유전성(안드로겐성) 탈모증이며, 남성형 및 여성형 탈모증으로 구분된다. 주요 원인은 유전자, 노화, 남성호르몬(DHT 호르몬) 세 가지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전성 탈모증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구화된 식습관, 무리한 다이어트, 흡연 등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며, 지방층에서 분비되는 염증유발물질이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비만도 탈모와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휴지기 탈모증은 스트레스, 영양 결핍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모발의 생장주기가 변화하는 증상이다. 특히 출산 후 많이 발생하는데, 임신 중 증가했던 여성호르몬이 분만 후 감소하기 때문이다. 보통 아이가 100일 때 머리가 가장 많이 빠지고, 돌 때(12개월) 거의 회복된다. 일부 회복이 안 되는 사람은 여성형 탈모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 원형 탈모증은 자가 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고, 흉터형성 탈모증는 외상, 화상, 감염 등으로 인해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되어 발생한다.
◇ 자가 진단 및 검사 방법
탈모 초기에는 뒷머리에 비해 정수리와 앞머리의 모발이 가늘어진다. 또한, 모낭이 작아지고 피지샘이 커지면서 유분기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머리가 평소보다 기름지고 빗질이 부드러워진다고 느껴진다면 탈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초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고 상당한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하루에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이 탈락하거나, 앞머리 헤어라인이 점점 위로 올라가면 탈모를 의심할 수 있다.
한편, 병원에서는 두피 상태와 모발의 밀도, 굵기, 탈모반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탈모를 진단한다. 50-60가닥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당겼을 때 5개(10%) 이상 빠지는지 살펴보거나, 모발확대경·모발 화상분석을 사용해 모발의 밀도 및 굵기, 성장 속도를 확인한다. 두피 조직검사를 통해 모낭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 탈모 유형별 치료법
유전성 탈모의 경우 완치가 어렵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다. 초기에는 주로 DHT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5-α환원효소를 차단하는 ‘먹는 약(피나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 등)’을 사용한다. 진행된 후에는 모낭을 자극하여 성장기 진입을 촉진하는 ‘바르는 약(미녹시딜 등)’을 사용한다.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성장기의 모발은 한 달에 약 1cm 자라나므로, 약 6개월간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유의미한 발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탈모는 평생 치료가 필요한 만큼 효과가 있다고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다. 적절한 약물과 용량은 전문의와 상담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많이 진행된 탈모는 뒷머리를 채취해 앞머리로 이식하는 자가 모발이식이 효과적이다. 뒤쪽 두피는 이마나 정수리 두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이 적어서 탈모가 심해져도 모발이 잘 유지된다. 이식 후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남은 모발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미용적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밖에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회복되므로 원인을 찾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자가 면역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형 탈모증은 국소 스테로이드나 면역 요법을 통해 치료한다. 흉터형성 탈모는 모낭이 영구적으로 파괴되어 모발 재생이 불가능하므로 주로 모발 이식을 실시한다.
◇ 탈모와 관련된 속설과 진실
* 아기 때 머리를 밀면 숱이 많아진다 – X
머리를 밀고 새롭게 자라난 모발의 단면만 보면 더 굵어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머리를 밀거나 자른다고 모발의 수나 굵기는 변하지 않는다.
* 머리를 자주 감으면 탈모를 촉진한다 – X
머리를 감을수록 머리카락도 많이 빠진다고 생각하지만, 하루에 100개 미만의 모발이 탈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머리를 자주 감는 것은 두피와 모발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탈모 예방에 좋다. 단, 두피에 자극을 주는 강한 샴푸나 뜨거운 물은 주의해야 한다.
* 모자를 자주 쓰면 탈모가 발생한다 – X
자주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꽉 끼는 모자나 가발을 장시간 착용할 경우 두피에 염증이 생기거나 모낭염이 발생하는 등 두피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
* 탈모는 한 세대 건너 유전된다 – X
격세 유전은 사실이 아니다. 형제끼리라도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 등의 차이로 인해 탈모의 정도가 서로 다를 수 있다.
* 탈모는 모계 유전된다 – △
탈모는 기본적으로 부모 양쪽의 유전적 요인에 모두 영향을 받는다. 단 남성 호르몬 수용체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는 X염색체 상에 있으므로, 특정 타입의 남성형 탈모는 모계 유전될 수 있다.
* 흰머리를 뽑으면 더 많은 흰머리가 난다 - X
흰머리를 뽑은 자리에 더 많은 흰머리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모근에 자극을 주는 행동은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흰머리를 뽑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탈모는 노화 현상의 일환이며, 노화를 멈출 수 없듯 탈모도 완벽히 치료하기 어렵다. 단,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므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많이 빠진다고 느끼면 병원에 내원해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생활 습관, 금연, 스트레스 관리 등을 꾸준히 실천하면 탈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Tip. 건강한 두피·모발 관리 습관]
1. 적정 체중 관리: 급격한 체중감량과 비만은 모두 탈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유산소 운동을 추천하는데, 여성의 호르몬 환경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건강한 식단: 기름지고 당분이 많은 서구화된 식단은 피하고,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3. 대사질환 관리: 당뇨, 고지혈증, 신장질환, 비만 등의 대사질환이 조절되지 않으면 탈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규칙적인 수면습관: 모낭도 생물학적 주기를 갖기 때문에 가급적 일정 시간에 잠에 들고 일어나는 것을 권장한다. 수면이 불규칙하면 휴지기 탈모증이 생길 수 있다.
5. 금연: 흡연은 노화를 일으키는 산화 스트레스의 대표적인 위험인자이므로 탈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6. 두피 자극 줄이기: 머리를 세게 묶거나 과도한 열을 사용하는 스타일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임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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