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서 고혈당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을 경험한 여성은 거대아를 출산하거나 분만 과정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임신성 당뇨병 여성의 90%는 출산 후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5명 중 1~2명은 출산 후 10년 내 2형당뇨병이 발병한다. 특히 임신성 당뇨병 여성은 일반적인 중년 당뇨병 고위험군보다 젊고, 당뇨병의 임상적 위험 요인이 명확하지 않아 발병 예측이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당뇨병 발생 예측 지표로서 유전적 위험을 정량적으로 나타낸 ‘다유전자 위험점수’에 주목했다. 다양한 인종 및 임상 환경을 가진 5개 코호트(UKBB, SNUH, KoGES, HAPO, MXGDM)의 임신성 당뇨 여성 1,895명을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실시해 당뇨병 관련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한 후,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계산해 2형당뇨병 위험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 다유전자 위험점수가 1표준편차 높아질 때마다 2형당뇨병 위험이 1.52배씩 증가했다. 즉, 다유전자 위험점수는 임신성 당뇨병을 겪은 여성의 출산 후 2형당뇨병 발생 위험을 독립적으로 예측하는 중요한 인자였다. 특히 다유전자 위험점수 상위 10%인 ‘당뇨병 유전적 고위험군’은 나머지 90% 대조군보다 2형당뇨병 위험이 평균 3.25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또한 다유전자 위험점수가 기존 당뇨 위험인자의 예측력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의 4가지 당뇨병 위험인자(발병연령, 당뇨병 가족력, BMI, 혈압)에 의한 2형당뇨병 예측 정확도는 71%였으나,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추가하면 예측 정확도가 74%로 향상됐다.
곽수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양한 인종과 임상환경에서 2형당뇨병 위험이 높은 임신성 당뇨 여성을 다유전자 위험점수를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선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 결과가 산후 정기 검사 등 임산부의 맞춤형 당뇨병 예방 및 관리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분야 권위지 Diabetes Care 최근호에 게재됐다.
김국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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